2017.12.02 베식타스 3 - 0 갈라타사라이 Galatasaray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는 페페(Pepe)와 흐뭇해 하는 셰놀 귀네슈(Şenol Güneş) 감독의 모습>

나는 항상 더비를 보기 직전, 승패병가지상사(勝敗兵家之常事)라는 말을 수없이 되뇌이며 경기를 본다. 이기든 지든, 최대한 냉정해지려고 노력하고, 그렇기 때문에 더비에서 패배했을 때 마치 나라 잃은 것처럼 슬퍼하는 친구들을 추스리는 것은 항상 내 몫이었다. 생각해보라. 0.1톤은 족히 되는 터키 남자들이 쭈그리고 앉아서 대성통곡을 하고 있는데, 그 옆에 서 있는 웬 동양인이 그들을 일으켜 세우고 있는 광경을. 그래서 더비에서 패배하는 광경을 보는 것이 죽는 것만큼이나 싫다.


- 전반전까지 0-0 으로 그럭저럭 잘 버티던 갈라타사라이는 후반전 시작하자마자 페르난도 무슬레라(Fernando Muslera)의 어이없는 실수 하나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선제골을 허용한 이후, 갈라타사라이는 후반 25분 두스코 토시치(Dusko Tosic)에게 추가골을 허용할 때까지 무려 6번의 일대일 찬스를 내줬다. 만약 베식타스 선수들의 골결정력이 좀 더 좋았더라면 오늘 경기는 3-0 이 아니라 5-0, 6-0 으로 끝날 수 있었다. 너무나도 일방적인 결과에 친구들도 할 말을 잃었는지 평소 같았으면 경기 결과에 불같이 화를 냈을텐데 오늘은 마치 다 포기한 듯 했다. 여느 때처럼 심심한 위로라도 해주려고 했던 내가 다 적응이 안 될 정도였다.


<바페팀비 고미스(Bafetimbi Gomis)의 이 표정이 오늘 경기 갈라타사라이의 모든 것을 설명해준다>

- 경기 직후 beIN Sports의 리뷰프로그램 'beIN ASİST' 에서 갈라타사라이의 전설적인 센터백 뷜렌트 코르크마즈(Bülent Korkmaz)는 매우 단호한 어조로 "이제는 이고르 투도르(Igor Tudor) 감독의 거취를 고려해볼 때다. 더비에서 승리하지 못 하는 팀이 어찌 리그 우승을 논하는가?" 라며 이고르 투도르 감독을 비판했고, 에릭 아비달(Erik Abidal)도 이러한 뷜렌트 코르크마즈의 발언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직설적인 발언으로 유명한 튀메르 메틴(Tümer Metin)은 "이고르 투도르 감독의 신용한도는 이제 끝났다고 본다. 앞으로 더 힘들어질 것이다." 라며 그의 경질 가능성을 점쳤다. 그의 말 그대로 갈라타사라이는 그동안 벌어놓은 승점을 다 까먹으면서 굳게 지킬 것 같았던 리그 선두 자리마저 위협받고 있다. 당장 내일 메디폴 바샥셰히르(Medipol Başakşehir)가 승리하면 선두 자리를 바샥셰히르에게 내주게 된다. 팬들의 인내심은 이미 끝난지 오래다. 플로리아(Florya)에 위치한 갈라타사라이 훈련장 앞에는 성난 갈라타사라이 서포터 수 백명이 선수단 버스를 가로막고 파티흐 테림(Fatih Terim) 前 감독의 이름을 연호하며 이고르 투도르 감독의 즉각 경질을 요구했다.


<8번의 더비에서 단 한 번도 승리하지 못 한 이고르 투도르 감독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 오늘 내가 이고르 투도르 감독에게 크게 실망한 이유는 이번 더비에서도 또 다시 패배하며 팬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힌 것 때문이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그가 항상 '오늘을 교훈 삼아 다음 경기를 대비하겠다' 라고 말하면서도 계속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늘 경기에서도 이고르 투도르 감독은 이해할 수 없는 선수교체를 남발했는데, 0-1 로 끌려가고 있던 후반 13분 게리 로드리게스(Garry Rodrigues)를 빼고 야신 외즈테킨(Yasin Öztekin)을 교체한 그의 선택이 경기의 판도를 베식타스 쪽으로 완벽히 기울게 만드는 악수(惡手) 중의 악수가 되었다. 베식타스 입장에서 게리 로드리게스는 폭발적인 주력을 가지고 있는 선수라서 역습 상황마다 그에 대한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을 수가 없는데, 이고르 투도르 감독 스스로 로드리게스를 빼버리면서 베식타스는 후방의 위협을 걱정할 필요 없이 더욱 더 마음 편히 공격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실제로 게리 로드리게스의 교체 직후, 베식타스가 약 5분간 4번의 결정적인 상황을 맞이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경기 직후 기자회견에서 이고르 투도르 감독은 "베식타스가 우리보다 더 잘 했다. 축하한다." 라고 말을 아끼면서도, "몇몇 선수들이 더비의 분위기에 압도된 것 같아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라는 발언을 했는데, 이는 갈라타사라이라는 팀의 수장으로써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발언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열광적인 더비 중 하나로 손꼽히는 이스탄불 더비에서 누구나 긴장감과 압박감을 느끼고, 그러한 선수들을 다독이고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바로 감독의 역할 아니던가? 그런데도 선수들이 긴장하고 있다는 것은 그가 더 이상 갈라타사라이의 수장으로써 역할을 하지 못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게다가 현재 갈라타사라이 선수단의 면면을 보라. 더비라는 더비는 다 겪어본, 백전노장(百戰老將)의 선수들이 주축인데 이런 선수들을 가지고도 선수들이 긴장하느니 어쩌느니 말한다는 것은 결국 명명백백(明明白白)한 본인의 과오(過誤)를 인정하지 않고, 그저 선수들의 탓으로 돌리는 것과 뭐가 다른가? '왕관을 쓴 자여, 그 무게를 견뎌라' 라는 옛 말이 있다. 과연 이고르 투도르 감독은 그 왕관의 무게를 견뎌낼 만한 역량이 있는가? 이제는 이고르 투도르 감독 스스로 이에 대한 답변을 해야 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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