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터키 쿠데타 1주년에 대한 여러가지 단상들 정치, 사회, 문화

<2016 터키 쿠데타 당시 영웅으로 떠오른 故 외메르 할리스데미르(Ömer Halisdemir) 상사>

- "그는 당신들을 단 두 발의 총알로 처단했지만, 당신들은 그를 30발의 총탄으로 불멸의 존재로 만들었습니다(O sizi 2 kurşunla bitirdi, siz onu 30 kurşunla ölümsüzleştirdiniz)" 위의 문구는 2016년 8월 26일 아티케르 콘야스포르(Atiker Konyaspor)와 베식타스(Beşiktaş)의 경기에서 콘야스포르 서포터들이 故 외메르 할리스데미르 상사를 추모하는 카드섹션의 문구였다. 터키 특수부대에서 근무했던 故 외메르 할리스데미르 상사는 2016년 7월 15일 쿠데타 당일 특수부대 대장 제카이 악사칼르(Zekai Aksakallı)를 타겟으로 삼은 부대장 세미 테르지(Semih Terzi)와 그의 부대원 40여명과의 총격전에서 단 2발로 세미 테르지의 흉부를 명중시켜 그를 처치했으며, 이후 수세에 몰린 끝에 무려 30여발의 총탄을 맞고 장렬히 순국했다. 쿠데타 이후 그는 터키에서 참군인의 표본이자 영웅으로 널리 추앙받고 있다.


<쿠데타를 저지하기 위해 나섰다가 목숨을 잃은 사람들 중에는 부자(父子)도 있어서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 국내 언론들은 터키 쿠데타 소식을 다루면서 고의적으로 프레이밍(Framing)을 이용해 보도하고 있는데, 첫째로 쿠데타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페툴라 귈렌(Fethullah Gülen)의 세력(통칭 FETÖ)을 마치 세속주의자들의 수호자인 것처럼 왜곡하고 있으며, 둘째로 세속주의의 상징과도 같은 터키 군부가 터키 정치사에서 정확히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 함구(緘口)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엉터리 기사들이 지속적으로 보도되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깨시민들께서는 어줍잖은 개똥철학을 총동원해 터키 쿠데타가 반드시 성공해야 했으며, 터키 군부는 영원한 세속주의의 수호자이자 절대선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모양이다. 과연 그럴까? 


- 먼저 페툴라 귈렌이 세속주의의 수호자라는 점은 하도 어이가 없어서 코웃음이 나올 정도다. 페툴라 귈렌은 터키에서 저명한 이슬람 사상가이며, 한때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Recep Tayyip Erdoğan) 대통령의 동반자로써, 터키 군부 비밀조직 에르게네콘(Ergenekon)을 척결하는데 앞장섰던 사람이다. 이것만 보더라도 페툴라 귈렌을 세속주의의 수호자라고 주장하는 것은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다. FETÖ 세력이 정말로 세속주의를 대표한다면 어째서 그 날 쿠데타에 참여한 군부 세력은 수 천명에 지나지 않았는가? 터키 군부가 세속주의를 대표한다면서 어째서 이에 합류하지 않았느냐 이 말이다.


- 또한 매스컴이 터키 군부의 역사에 대해 함구하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 이유는 터키 군부가 이젠 결코 터키 정치의 수호자가 될 수 없는 세력이기 때문이다. 터키의 영웅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Mustafa Kemal Atatürk)를 앞세워 세속주의를 표방하고 있긴 하지만, 터키 군부가 세속주의의 확립 및 민생안정에 주력하기 보다는 내부 권력다툼 및 민중들에 대한 통제 및 억압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1961년 터키 군부는 자신들에게 호의적이지 않았던 아드난 멘데레스(Adnan Menderes) 총리를 쿠데타로 끌어내리고 끝내 교수대에 올렸다. 아드난 멘데레스가 억울한 누명을 벗은 것은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뒤였다. 1980년대에는 케난 에브렌(Kenan Evren)이 쿠데타로 전권을 장악해 약 9년동안 철권정치(鐵拳政治)를 펼쳤다. 케난 에브렌 또한 세속주의 수호를 명분으로 들먹거렸지만, 실상은 수많은 자유주의자들과 군부 내부의 반대세력을 탄압하는데 자신의 권력을 이용하기만 했다.




<그들은 떠들기만 하고, AK Parti는 일합니다(Onlar Konuşur AK Parti Yapar)>

- 위의 동영상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소속된 터키 정의개발당(AK Parti)의 TV 광고 중 하나다(2015년). 광고의 내용은 다음과 같은데, "십 수년 전까지만 해도 내 주변 친구들 중에 비행기를 타 본 사람이 한 명도 없었지만 AK Parti가 집권한 이후에 지방 구석구석 공항이 세워져서 이젠 고향에 갈 때도 해외로 여행갈 때에도 비행기를 마치 버스처럼 타고 다닙니다. 13년 전, 누군가가 세상이 이렇게 바뀔 것이라고 얘기했다면 아마도 다들 코웃음을 쳤을 겁니다. 그들은 떠들기만 하고, AK Parti는 일합니다." 라는 내용이다. 이 광고만 보더라도 터키 군부가 얼마나 민생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는지 짐작이 갈 정도인데, 급속한 변화를 온 몸으로 체감했던 터키 국민들은 오죽할까? 결국 이 광고는 AK Parti가 터키 군부에 비해 민생안정에 대해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에르도안의 AK Parti가 터키 중산층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주요한 요인이다. 이렇듯 터키 정치는 함부로 선(善)과 악(惡)을 단정지을 수 없는 특성을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당시 쿠데타를 주도한 세력은 군부 내에서도 페툴라 귈렌을 지지하는 일부 이슬람 종교주의자들의 소행에 불과할 뿐인데도 불구하고, 이를 고의적으로 누락하고 왜곡해서 보도하는 국내 언론을 곧이곧대로 믿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접근방식이며, 독자들의 주의를 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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