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루체스쿠의 착한(?) 태세전환 Milli Takım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Biz bitti demeden bitmez)' 라는 말은 이번에도 유효했다>

-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진출에 성공한 팀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유럽 지역 예선 I조는 아직도 본선진출을 확정지은 팀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번 9월 예선 2경기에서 크로아티아(승점 16), 아이슬란드(승점 16), 우크라이나(승점 14), 터키(승점 14)가 나란히 1승 1패를 기록하며 I조의 판도는 그야말로 오리무중(五里霧中)이다. 2002 한일 월드컵 이후 16년만의 월드컵 본선진출을 노리는 터키는 사흘 전 우크라이나와의 경기에서 0-2 완패를 당하며 탈락위기에 몰렸으나, 크로아티아와의 경기에서는 젠크 토순(Cenk Tosun)의 천금과도 같은 결승골에 힘입어 1-0 승리를 거뒀다.


<왜 항상 오심(誤審)의 피해자는 터키가 되어야만 하는지에 대해 물어보고 싶다>

- 지난 8월 터키 국가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미르체아 루체스쿠(Mircea Lucescu) 감독은 오랫동안 우크라이나의 샤흐타르 도네츠크(Shakhtar Donetsk) 감독직을 맡으며 명성을 쌓았다. 공교롭게도 그의 데뷔전 상대가 우크라이나였기 때문에 터키인들은 루체스쿠 감독이 우크라이나 축구에 대해 잘 알고 있는만큼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루체스쿠 감독의 데뷔전은 다비드 페르난데스 보르발란(David Fernández Borbalán) 주심의 어처구니없는 오심(誤審)들로 인해 0-2 패배로 끝났다. 첫 번째 골은 명백한 오프사이드였고, 두 번째 골은 볼이 엔드라인을 완전히 벗어났다.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루체스쿠 감독은 "이쯤되면 주심이 고의적으로 오심을 범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라고 비난했다. 더군다나 터키가 속한 I조는 매 경기마다 1위부터 4위까지 판도가 뒤바뀌는데, 이 경기결과가 터키의 월드컵 본선진출에 결정적인 장애가 되지 않기 바랄 뿐이다.


<우크라이나전(左)  베스트 11과 크로아티아전(右) 베스트 11은 매우 큰 차이를 보인다>

 - 하지만 루체스쿠 감독은 "물론 우리가 오늘 못 했던 것은 맞다. 그 점은 인정한다." 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실제로 우크라이나전에서 터키의 경기력은 참혹한 수준이었다. 터키 선수들은 우크라이나의 강한 압박에 밀려 공격 시 하프라인을 아예 넘어가질 못 했고, 수비 시에는 예브헨 코노플리얀카(Yevhen Konoplyanka)와 안드리 야르몰렌코(Andriy Yarmolenko)에게 철저히 농락당했는데, 이는 루체스쿠 감독의 잘못된 선수 기용 때문이었다. 우크라이나전 베스트 11을 보더라도 루체스쿠 감독이 얼마나 큰 실수를 저질렀는지 알 수 있는데, 11명 중에서 볼 배급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선수는 만 37세의 엠레 벨뢰졸루(Emre Belözoğlu) 하나뿐이었고, 나머지 선수들은 그저 열심히 뛰어다니는 워크호스(Workhorse) 스타일이었다. 결국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엠레만 막으면 터키의 패스 활로를 거진 차단할 수 있었기 때문에 90분 내내 엠레를 쉴새없이 괴롭혔고, 이는 주효했다. 또한 좌우 측면 풀백으로 이스마일 쿄이바쉬(İsmail Köybaşı)와 셰네르 외즈바이락르(Şener Özbayraklı)를 선택한 것 또한 재앙(災殃)을 불러일으켰다. 두 선수의 과감한 오버래핑은 인정할 만하지만, 수비적인 측면에서는 낙제점을 받아도 할 말이 없는 선수들이다. 이런 선수들에게 코노플리얀카와 야르몰렌코를 마크하라고 지시한 것은 마치 휘발유통을 들고 불 속으로 뛰어들라고 지시한 것과 마찬가지였다. 실제로 코노플리얀카를 마크했던 셰네르는 연거푸 돌파를 허용하며 계속 위험한 상황을 연출하다가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 실망스러운 데뷔전을 치룬 루체스쿠 감독은 크로아티아와의 경기를 앞두고 베스트 11에 큰 변화를 줄 것이라고 밝혔고, 실제로 7명의 선수를 바꿨다. 미드필드진은 아르다 투란(Arda Turan)과 누리 샤힌(Nuri Şahin), 오우즈한 외즈야쿱(Oğuzhan Özyakup)과 같은 테크니션 미드필더들이 배치되었고, 좌우 측면 풀백도 각각 자네르 에르킨(Caner Erkin)과 칸 아이한(Kaan Ayhan)으로 바뀌었다. 덕분에 터키는 월드클래스급 미드필더들을 보유한 크로아티아를 상대로 중원에서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고, 수비에서도 안정된 모습을 보이며 크로아티아를 상대로 홈에서 승점 3점을 챙기는데 성공했다. 우크라이나전의 실패를 교훈 삼아서 변화를 꾀했던 루체스쿠 감독의 태세전환이 빛을 발한 것이다.


<후반 30분 젠크 토순의 결승골 장면에는 오우즈한 외즈야쿱의 공이 매우 컸다>

- 사실 루체스쿠 감독은 이번 국가대표팀 선발 과정에서도 태세전환을 시전한 바 있다. 이번 월드컵 예선을 앞두고 루체스쿠 감독은 베식타스의 오우즈한 외즈야쿱을 대표팀에 뽑지 않았다가 여론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바 있는데, 결국 여론의 등쌀에 밀려 며칠 후에 오우즈한 외즈야쿱을 추가로 발탁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번 크로아티아와의 경기에서 과감한 중거리슛으로 젠크 토순의 결승골에 일조한 선수가 바로 오우즈한 외즈야쿱이었다. 만약 루체스쿠 감독이 자신의 소신대로 그를 추가선발하지 않았다면 크로아티아전 승리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결국 루체스쿠 감독이 보여준 2번의 태세전환이 크로아티아전 승리를 만들어낸 셈이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유럽 지역 예선 I조 현재 순위>

덧글

  • ㅇㅇ 2017/09/10 00:31 # 삭제 답글

    터키 국가대표 축구도 점점 재밌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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