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갈라타사라이의 '진정한 No.10' 이란? Galatasaray

<비신사적인 파울로 다이렉트 레드카드 + 3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게 된 유네스 벨한다(Younes Belhanda)>

- 2018-19 터키 쉬페르 리그 4라운드 트라브존스포르와의 원정에 나선 갈라타사라이가 90분 내내 무기력한 경기력을 펼친 끝에 미증유(未曾有)의 0-4 대패를 당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갈라타사라이 팬들은 트라브존스포르를 상대로 이와 같은 결과를 받게 된 것에 분노하면서도 전반 30분 팀이 0-2 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No.10 유네스 벨한다(Younes Belhanda)가 보여준 볼썽사나운 짓에 대해 불만을 터뜨렸다. 보다시피(모바일로 보시는 분들은 위 짤방을 직접 터치해주셔야 해당 장면을 보실 수 있습니다) 프랏 아이드누스(Fırat Aydınus) 주심이 눈 앞에서 보고 있는데 터키 최고의 유망주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유수프 야즈즈(Yusuf Yazıcı)의 허벅지를 고의적으로 즈려밟는 바람에 다이렉트 레드카드를 받고 경기장을 떠났다.


<벨한다 성질머리 개판이다, 개판이다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 파티흐 테림(Fatih Terim) 갈라타사라이 감독은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벨한다가) 스스로 우리에게 해명하길 바란다. 한 번 들어보겠다." 라며 그의 무책임한 행동에 대해 질타했고, 이번 시즌부터 beIN Sports에서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갈라타사라이의 전설적인 미드필더 투가이 케리모을루(Tugay Kerimoğlu) 또한 "아마도 그에게 분노조절장애가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라고 평론했다. 사실 내겐 그리 놀랍지 않은 일인데, 이미 지난 시즌 벨한다를 영입할 때부터 들어온 얘기가 많아서 우려(참고)를 표한 바 있다. 물론 재능 하나는 출중한 선수라서 지난 시즌 30경기 3골 8어시스트를 기록하긴 했지만, 이 곳에서도 순간적인 분노를 억제하지 못 하고 비신사적인 파울을 남발하며 카드를 수집하고, 심지어 퇴장당하기 일쑤였다. 그리고 이번 경기에서 자신의 커리어 통산 10번째 레드카드를 적립함과 동시에 터키 축구협회로부터 3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추가로 받으며 변하지 않은 '인성' 을 과시했다.




<공항에서 '집에 가라(Go home)' 는 팬들의 비아냥을 듣자마자 욕설로 응수하는 유네스 벨한다>

- 사실 벨한다는 갈라타사라이 팬덤에서 소피앙 페굴리(Sofiane Feghouli)와 함께 못 해도 가장 많이 옹호받는 선수였다. 두 선수 모두 마그레브(모로코, 알제리) 출신의 무슬림이기 때문에 지난 시즌을 기점으로 급격히 보수화되고 있는 갈라타사라이 팬덤, 그 중에서도 '종교적인 사고방식' 을 가진 팬들에게 높은 지지를 얻고 있었다. 지난 겨울 갈라타사라이에 입단한 나가토모 유토(長友佑都)가 순전히 실력만으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며 오늘날 갈라타사라이 팬덤의 강력한 지지를 얻고 있는 것에 반해, 벨한다는 원래 가지고 있던 지분마저 위와 같이 스스로 깎아먹으며 안티를 양산했다. 그 결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를 옹호하던 사람들은 온데간데 없고, '그에게 No.10 이라는 등번호는 너무 과분하다', '한시라도 빨리 팀에서 방출해야 한다' 와 같은 혹평들이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갈라타사라이라는 팀에게 있어서 'No.10' 이라는 등번호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갈라타사라이 역사상 최고의 No.10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베슬리 스네이더(Wesley Sneijder)>

- 갈라타사라이에서 'No.10' 의 의미는 단순히 '플레이메이커' 또는 '스트라이커' 와 같은 진부한 의미를 지니지 않다. 이를 콕 찝어서 한마디로 표현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갈라타사라이 팬들의 의견을 취합해서 종합해보자면 '구단의 역사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경기를 조율하고 지배할 줄 아는', '폭발적인 슈팅을 무기로 삼는', '그 누구보다 팀을 사랑하는' 이렇게 4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이 조건들을 만족하는 역대 갈라타사라이 No.10들을 거론하자면 '무관(無冠)의 왕(Taçsız Kral)' 메틴 옥타이(Metin Oktay)와 '발칸의 마라도나' 게오르게 하지(Gheorghe Hagi)를 우선 떠올릴 수 있고, 최근 10년간 갈라타사라이에서 No.10다웠던 No.10을 말해보라 한다면 베슬리 스네이더(Wesley Sneijder)을 언급할 수 있겠다.


<이러니 괜히 갈라타사라이 팬들이 아직도 스네이더, 스네이더 부르짖고 있는 게 아니다>

- 2013년 1월 인테르를 떠나 갈라타사라이로 이적한 스네이더는 총 175경기에 출장해 45골 44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선수 생활의 황혼기를 불태웠는데, 이 기간동안 스네이더는 갈라타사라이 팬들에게 결코 잊을 수 없는 장면들을 양산했다. 대표적인 예로 2013-14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유벤투스와의 1박 2일 혈투 끝에 갈라타사라이를 16강으로 인도하는 짜릿한 결승골을 터뜨렸고, 2014-15 시즌에는 위의 동영상처럼 그림과 같은 중거리슛 2방으로 페네르바체를 격침시키며 구단 통산 20번째 우승 달성의 1등공신이 되었다. 재정 문제로 팀이 암흑기에 접어든 2015-16 시즌과 2016-17 시즌에도 스네이더는 홀로 고군분투하며 팀을 떠받들었고, 2017년 여름 이고르 투도르(Igor Tudor) 감독과의 불화로 쫓겨나다시피 팀을 떠나 현재 카타르의 알 가라파(Al Gharafa)에서 선수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러한 그의 파란만장한 커리어 때문에 갈라타사라이 팬들은 여전히 스네이더를 그리워하고 있으며, 스네이더 또한 지난 3월 터키의 국영방송 TRT SPOR와의 독점 인터뷰에 출연해 터키에서의 생활에 대해 그리워했다(참고).


<갈라타사라이에서 '팀에 대한 헌신' 을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선수가 바로 메틴 옥타이(Metin Oktay)다>

- 그렇기 때문에 현재 갈라타사라이의 No.10 유네스 벨한다와 베슬리 스네이더가 끊임없이 비교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이제 갈라타사라이에서 2번째 시즌을 맞는 벨한다에게 '구단의 역사를 좌지우지했느냐, 못 했느냐' 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이니 일단 미루고, '경기를 조율하고 지배할 줄 아는' 선수라는 점은 백 번 양보해서 그나마 재능을 봐서 인정한다 치더라도 스네이더처럼 폭발적인 슈팅을 가진 선수도 아닐 뿐더러(굳이 말하자면 벨한다는 갈라타사라이에서 줄곧 '소녀슛' 을 보여주기만 했다) 지금까지 해 온 짓거리들을 요약해보면 '팀에 대한 헌신' 은 눈꼽만큼도 없는 선수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즉, 경기가 조금이라도 안 풀리면 자신의 성질을 이겨내지 못 하고 그 경기 자체를 망쳐버리는 벨한다의 행동은 '중원의 사령관' No.10 이라는 등번호와 결코 어울리지 않는다(사령관이 어떻게 휘하 장병들을 내팽개치고 자살한단 말인가?).


<레드카드를 받고 경기장을 떠나는 벨한다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파티흐 테림 감독 분노가 느껴진다>

- 실제로 팀 내에서 벨한다의 입지는 크게 위축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벨한다의 前 소속팀 OGC 니스(OGC Nice)가 8월 말에 이적료 없이 1년 임대를 제의했다가 갈라타사라이에서 거절했던 사실이 어제 오후 갈라타사라이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되었다(참고). 그런데 재밌는 점은 갈라타사라이가 니스의 제의를 거절한 사유인데, '벨한다가 팀에 필요해서' 가 아닌, '이적료 없이 연봉의 일부만 보조하겠다는 니스의 제의가 적당하지 않아서' 라는 것이다. 즉, 니스가 적당한 이적료에 적당한 연봉 보조를 제의했더라면 벨한다를 보낼 수도 있었다는 점을 은연중에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가뜩이나 엠레 아크바바(Emre Akbaba)와 바두 은디아예(Badou Ndiaye)의 영입으로 입지가 축소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네스 벨한다는 기행(奇行)으로써 스스로의 앞길에 가시밭길을 깔아놓았다. 과연 갈라타사라이와 유네스 벨한다의 동행은 어떠한 결과로 치닫게 될까? 현재로써는 '장및빛 미래'가 보인다고 말하진 못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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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한승혁 2018/09/08 23:46 # 삭제 답글

    진짜 저 장면 보고 얼마나 당황했는지...ㅋㅋ
    근데 계속 궁금했는데 왜 메틴 옥타이가 無冠의 왕입니까?
  • Cimbom1905 2018/09/09 17:02 #

    우승 경력이 그리 많지 않지만, 그렇다고 실력을 결코 폄하할 수 없는 대선수들한테 '무관의 왕' 이라는 타이틀이 붙습니다.
  • 한승혁 2018/09/09 23:22 # 삭제 답글

    아아 감사합니다. 글 다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 짐봄님 앞으로도 계속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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