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외국인 선수 제한' 논란에 휩싸인 터키 축구의 미래는? Türk Futbol(Genel)

<터키인 선수가 1명도 없었던 갈라타사라이의 지난 시즌 전반기 베스트 11은 최대의 이슈 중 하나였다>

- 터키인들의 사고방식은 전반적으로 한국의 '국뽕' 에 비견될 정도로 상당히 보수적이다. 외국 나가서 김치 없이는 못 산다고 말하는 한국인들처럼 그들 또한 외국 나가서 터키와 관련된 것을 찾지 못 하면 금새 불안감에 휩싸인다. 축구를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 또한 별반 다르지 않은데, 이로 인해 비판의 대상이 된 것이 바로 지난 시즌 전반기 갈라타사라이의 베스트 11이었다. 주전 센터백 세르다르 아지즈(Serdar Aziz)가 부상으로 결장하게 되면 갈라타사라이의 베스트 11에서 터키인 선수가 단 한 명도 없게 되기 마련이었는데, 이를 두고 터키의 극우 정당인 민족주의행동당(MHP)의 당수 데블렛 바첼리(Devlet Bahçeli)가 정면으로 비판하면서 이슈가 되기 시작했다(참고로 데블렛 바첼리는 3년 전, 이스탄불에서 한국인들을 중국인으로 오해하고 폭행을 일삼은 시위대들을 옹호하며 '그들 모두가 찢어진 눈을 가지고 있는데 우리가 어떻게 그들을 구분할 수 있겠는가?' 라는 망언을 지껄였던 바로 그 인물이다).


<레제프 타잎 에르도안(Recep Tayyip Erdoğan) 대통령은 청년 시절 축구 선수로써 선수생활을 한 바 있다>

- 여기서 현재 터키 쉬페르 리그의 외국인 선수 제한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지난 2015-16 시즌부터 터키 쉬페르 리그팀들은 최대 14명의 외국인 선수를 영입할 수 있으며, 이 중 11명을 베스트 11 또는 교체명단에 포함시킬 수 있다. 즉,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지 외국인 선수들로만 베스트 11을 구성하는 것이 가능하다. 당시 터키 축구계가 이러한 파격적인 제도를 도입한 이유는 이전의 외국인 선수 제한(총 8명 선수 보유 및 최대 5명 베스트 11 출장가능)으로 인해 유럽 대항전에서의 경쟁력 저하 및 터키인 선수들의 지나친 몸값 상승이 초래되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공감대가 조성되어 이번 시즌(2018-19)까지 약 4년간 지속되어온 現 외국인 선수 제한은 지난 2017년부터 터키 정치계의 비판을 받기 시작했는데, 극우 성향의 데블렛 바첼리뿐만 아니라 레제프 타잎 에르도안(Recep Tayyip Erdoğan) 대통령도 '국가대표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라는 이유로 이를 비판한 바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청년기 카슴파샤(Kasımpaşa)에서 선수생활을 했기 때문에 축구에 대해 여느 정치인들보다 큰 관심을 가지고 있고, 실제로 그의 지시 하에 지난 시즌부터 축구장에서 '아레나(Arena)' 라는 명칭이 사용되지 못 하게 된 바 있다(참고).


<現 터키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샤흐타르에서 명성을 날렸던 미르체아 루체스쿠(Mircea Lucescu) 감독이다>

- 이에 대한 터키 축구계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엇갈리고 있는데, 하나는 외국인 선수 규정 강화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국가대표팀 약화의 원인이 現 외국인 선수 규정이 때문이 아닌 다른 원인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다. 미르체아 루체스쿠(Mircea Lucescu) 터키 국가대표팀 감독은 이 문제에 관해 "내가 뭐라고 말한다고 해서 바뀔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라며 말을 아꼈고, 셰놀 귀네슈(Şenol Güneş) 베식타스 감독은 "현 상황에서 외국인 선수 14명 보유 규정은 너무 지나치게 많다. 강화된 외국인 선수 제한 규정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라며 긍정적인 의사를 표했으며, 이을드름 데미뢰렌(Yıldırım Demirören) 터키 축구 협회장은 한 술 더 떠서 구단들의 합의가 이뤄질 경우, 언제든지 규정을 강화할 수 있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 반면 피크렛 오르만(Fikret Orman) 베식타스 구단주는 규정 강화에 동의하면서도 "이미 외국인 선수들을 다 영입한 상황에서 하루 아침에 규정을 바꾸면 안 된다." 는 의견을 밝혔고, 파티흐 테림(Fatih Terim) 갈라타사라이 감독은 "규정이라는 것은 하루 아침에 엿 장수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논쟁을 지켜보는 것조차 따분하기 짝이 없다. 표면적인 요소를 보고 말하기 전에 유스 시스템, 시설 등에 관해 논의를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라고 주장했다. 에르순 야날(Ersun Yanal) 감독도 "터키는 세계에서 가장 '젊은' 나라들 중 하나다. 청년층이 가장 많은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쉬페르 리그 선수들의 평균연령은 유럽에서도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그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우리 스스로에게 제대로 된 질문부터 던져야만 제대로 된 답변을 얻을 수 있는 법이다. 더 늦기 전에 어린 유망주들의 잠재력을 따져보고, 그들의 성장을 꾀함과 동시에 외국인 선수들을 영입할 필요성이 없을 만큼 뛰어난 선수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육성해야 한다." 라고 밝히며 터키 내 유스 시스템의 문제점을 짚어냈다.


<축구평론가 메흐멧 데미르콜(Mehmet Demirkol)은 평론가들 사이에서도 상당히 익살스러운 인물이다>

- beIN Sports의 평론가 메흐멧 데미르콜(Mehmet Demirkol)은 이 문제에 대해 現 터키 국가대표팀의 베스트 11을 예로 들면서 상당히 재치있게 터키의 유스 시스템에 상당한 문제점이 있다고 꼬집었다. "옛날처럼 외국인 선수 5명만 베스트 11에 포함될 수 있었던 시절의 국가대표팀은 어땠는가? 막 월드컵 우승하고 그랬던가? 그 때 대표팀의 베스트 11 중 8명은 갈라타사라이의 유스 시스템에서 자란 선수들이다. 지금 현재 대표팀을 보라. 베스트 11 중에서 9명이 외국에서 청소년기까지 지내다 들어온 선수들이다. 해외 유스 시스템에서 자란 선수들이란 말이다. 독일, 프랑스, 벨기에 등등... 이게 쉬페르 리그의 외국인 선수를 줄인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라고 보는가? 1960년대에 제 발로 조국을 떠난 사람들의 후손들을 돈 주고 다시 사오는 현실이라면 문제는 외국인 선수가 아닌, 국내 유스 시스템 아니겠는가? 유스 시스템이 제대로 확립되어 있다면 자연스럽게 외국에서 선수를 영입할 필요성이 없어진다."




<지난 시즌 페네르바체의 지울리아누(Giuliano)와 오잔 투판(Ozan Tufan)의 훈련 모습을 비교한 영상>

- 축구 전문가들의 의견이 이렇게 첨예하게 엇갈리는데 반해 터키 축구팬들은 외국인 선수 제한을 강화하려는 터키 정치계의 움직임에 대해 '지금까지 외국인 선수들의 수준 높은 경기력을 보다가 터키인 선수들이 들어오면 또 다시 수준 낮은 경기력을 봐야한다' 는 이유로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러한 반발의 근본적인 원인은 자국 선수들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 때문인데, 페네르바체의 오잔 투판(Ozan Tufan)이 대표적인 예다. 한때 터키 축구의 희망으로 불리웠던 그는 최근 체중 관리에 실패하며 지속적으로 경기력 저하 현상을 보였고, 이에 대해 아지즈 이을드름(Aziz Yıldırım) 前 구단주가 직접 그를 비판했음에도 그의 방탕한 태도는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결국 지난 시즌부터 페네르바체 선수단에서 제외된 오잔 투판은 터키인 선수들에 대한 터키인들의 불신의 상징으로써 자주 언급되고 있다. 


<만 47세 감독 디에고 시메오네(Diego Simeone) 감독과 만 22세 선수 오잔 투판의 몸매 비교(...)>

- 이러한 터키 축구계의 '외국인 선수 제한 강화' 논란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첫째는 외국인 선수 제한 규정이 국내 선수들의 경기 출전을 보장함으로써 그들의 경기력을 향상시키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는 것이며, 둘째는 유스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끊임없이 좋은 선수들이 나온다면 외국인 선수 제한과 관련된 논란은 자연스럽게 사그러든다라는 것이다. 현재 터키에서 유스 시스템이 가장 잘 구축된 팀으로 정평이 난 알튼오르두(Altınordu, 참고)와 부르사스포르처럼 다른 팀들도 유스 시스템에 신경을 쓴다면 이와 같은 논란은 차츰차츰 자연스럽게 사라지겠지만, '어려운 길' 보다는 '편한 길' 을 택하려는 인간의 본성처럼 터키 축구계도 어쩌면 '편한 길' 을 택하지 않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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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2018/09/18 04:25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8/09/18 14:44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8/09/18 15:15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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