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난 꿈이 있었죠' 또 다시 실패한 터키의 꿈 Türk Futbol(Genel)

<사상 첫 메이저 대회 유치를 기대했던 터키의 기대와는 달리 유로2024 개최국은 독일로 결정되었다>

- '4수생' 터키의 꿈은 이번에도 실현되지 못 했다. 유로2024 개최를 놓고 독일과 경쟁했으나, UEFA의 선택은 예상대로 독일이었다. 알렉산더 체페린(Aleksander Čeferin) UEFA 회장의 손에서 'GERMANY' 라고 크게 쓰여진 카드가 나오자 터키의 국영방송 TRT SPOR의 패널들은 한동안 침묵에 빠졌다. 경쟁상대 독일이 러시아 월드컵에서 불거진 메수트 외질(Mesut Özil) 인종차별 논란으로 인해 난항을 겪고 있는데다 '이번만큼은 반드시' 라는 자세로 유로2024 개최를 학수고대하며 차분하게 준비해온 터키였기 때문에 투표 결과를 기다렸던 터키인들은 실망한 모습이 역력했다. 그토록 유로 대회 개최를 희망해왔던 터키의 4번째 도전은 또 다시 실패로 끝났다.

- 최근 터키는 월드컵, 올림픽, 유로 대회와 같은 메이저 대회 개최권을 따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계올림픽의 경우, 2013년에 2020년 올림픽 개최권을 놓고 도쿄(일본), 마드리드(스페인)와 경쟁했으나 결선투표에서 도쿄에 24표차로 밀렸고(36-60), 동계올림픽은 2026년 에르주룸(Erzurum) 개최를 목표로 후보 등록했다. 유로 대회는 일일이 언급하자면 애수(哀愁)를 자아낼 정도인데 앞에서 언급한대로 이번이 4번째 개최 도전이었다. 터키는 그리스와의 공동개최 형식으로 유로2008 유치를 희망했으나 스위스-오스트리아에게 밀렸고, 유로2012에서는 단독개최를 희망했으나 1차 투표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맛봤다. 유로2016에서는 결선투표까지 진출하며 꿈을 이루는가 했으나 단 1표차(6-7)로 프랑스에게 개최권이 넘어갔고, 곧바로 유로2020 개최 도전에 나섰으나 UEFA가 유럽 13개 도시에서 치뤄지는 분산개최 형식으로 유로2020을 치루기로 결정하면서 일찌감치 유로2024 개최에 사활을 걸었다.




<유로2024 개최를 간절하게 열망해왔던 터키의 홍보 동영상>

- 투표권을 가진 UEFA 집행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터키의 홍보 동영상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도입부에서는 이미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터키인들의 축구에 대한 열정을 언급주면서 2004-05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2008-09 UEFA 컵 결승전, 2011 19세 이하 월드컵 개최 등을 통해 터키가 이미 메이저 대회 유치 역량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줌과 동시에 동서양의 관문이자, 관광 명소로 유명한 터키의 관광객 수용능력이 결코 부족하지 않음을 강조하며 '인프라 부족' 논란을 지우고자 했다. 마지막으로 최신 건축기술을 도입해 완공한(건설중인) 개최도시들의 경기장(참고)들을 과시하며 '함께 나눕시다(Birlikte Paylaşalım)' 라는 슬로건을 내걸며 마무리한다.




<개최도시 발표직전 공개된 터키의 최종 홍보 동영상을 보면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 이었다>

- 하지만 UEFA 집행위원들의 평가는 냉혹했다. 총 17명의 집행위원들이 참여한 이번 유로2024 개최권 투표에서 터키는 고작 4표를 얻는데 그치며 총 12표를 얻은 독일의 상대가 되지 못 했다(기권 1표). TRT SPOR의 패널들은 한결같이 '도대체 무엇이 부족했길래 이토록 터키에게 야박하게 구는 것인가? 인프라가 부족하다고 해서 경기장을 새로 짓고, 교통체증이 우려된다고 해서 도로와 공항을 새로 짓고 있지 않은가? 그래도 부족했다고 말한다면 유로2012 개최국 폴란드와 우크라이나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라며 UEFA 집행위원들의 선택을 성토하기 바빴고, 일반 대중들의 반응 또한 이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들의 도전사를 가까이서 지켜보고 있는 사람으로써 나 또한 개인적으로 매우 안타깝기 그지 없다. 그러나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그들 스스로 '함께 나눕시다' 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도 홍보 동영상에서 유로2024 대회를 전 유럽 화합의 장으로 유치할 것인지에 대한 해답은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이는 독일의 홍보 동영상과 극명하게 대비되었는데, 독일은 자국 홍보 동영상에서 유로2024 대회를 통해 하나로 화합하는 전 유럽인들의 모습을 끊임없이 보여주면서 '결국 축구가 승자입니다(and the winner is Football)' 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즉, 독일은 '축구를 통한 화합' 이라는 주제를 UEFA 집행위원들에게 정확히 전달하는데 성공했지만 터키는 말만 함께 하자고 했을 뿐이었지, 실상은 그저 '자화자찬' 일색일 뿐이었다. 'SaltBae' 누스렛 괵체(Nusret Gökçe)가 출연하는 터키의 최종 홍보 동영상은 우리로 치자면 평창 올림픽 유치한답시고 싸이(PSY)가 말춤 추면서 홍보 동영상에 나오는 것과 같은, 매우 아마추어스러운 발상이었다. 이 동영상에서도 터키는 말로만 함께 하자고 할 뿐이지 어떻게 함께 할 것인지에 대한 언급은 일언반구도 없었다.




<교환을 요구하는 그리스인 여성 관광객에게 거리낌없이 주먹질을 하는 터키인 남성>

-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터키는 지금까지 부단한 노력을 통해 여느 선진국들에 꿀리지 않는 하드웨어(경기장, 인프라 등등)를 갖추는데 성공했지만 소프트웨어(국민의식) 측면에서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것이다. 본인이 공감을 100번이라도 주고 싶을 정도로 '격공' 했던 어느 터키인의 댓글을 보면 터키가 왜 메이저 대회 유치를 하지 못 하는지를 바로 이해할 수 있다. 


러시아인 한 명이 한 손에 맥주를 들고 콘야(Konya)에서 경기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을 상상해봐
왜 우리한테 개최권을 주지 않는지 바로 이해가 되지 않니?
우리가 개똥밭에서 구르며 산다는 걸 우리 빼고 모두가 다 알고 있다는거지


※ 참고로 콘야(Konya)는 트라브존(Trabzon)과 함께 터키에서 유독 보수적인 분위기를 자랑하는 도시 중 하나로, 이 곳에서 한 손에 맥주들고 거리를 돌아다녔다간 말 그대로 온 동네 사람들한테 집단린치 당하기 딱 좋기로 아주 유명한 곳이다(...) 이 두 도시 모두 터키의 유로2024 개최도시에 당당히 포함되었고(!) 가장 개방적인 도시로 유명한 터키 제 3의 도시 이즈미르(Izmir)는 개최도시에서 일찌감치 제외되었다.


<글 읽기 귀찮아서 스크롤부터 내린 분들을 위한 짧은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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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타마 2018/09/28 08:58 # 답글

    소프트웨어가 아주 많이 중요하지요...
    시설이 좋아봤자 관람객 안전이 보장 안되면...(절레절레)
  • Cimbom1905 2018/10/01 16:56 #

    하드웨어도 사실 까놓고 말하면 그렇게 좋은 것도 아니에요 ㅋㅋㅋㅋㅋ
    이스탄불에 위치한 경기장들이야 뭐 그럭저럭 괜찮다고 넘어갈 수 있더라도
    문제는 지방도시들인데, 트라브존의 경우 트라브존 시내와 경기장을 연결하는
    도로가 하나밖에 없어서 경기 끝나고 숙소로 돌아가려면 어림잡아 1시간 30분은
    넘게 소요될 겁니다. 게다가 트라브존 사람들 인성 고약한 건 터키 사람들 사이에서도
    꽤 유명한데 이 사람들이 외국인들한테 뭔 짓거리 하고 다닐지는 저도 짐작이 안 됩니다.
    불과 12년 전 성당에서 미사를 하던 신부를 총으로 쏴 갈겨 죽인 곳이 트라브존입니다.
  • 홍차도둑 2018/09/30 00:20 # 답글

    댓글이 길어저서 트랙백 하나 걸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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