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9 터키 쉬페르 리그 전반기 결산 (1) - 아웃사이더들의 반란 Türk Futbol(Genel)

<2018-19 터키 쉬페르 리그 전반기 순위>

- 여기 두 팀이 있다. 갈라타사라이, 페네르바체, 베식타스와 함께 같은 이스탄불을 연고로 하지만 인지도 면에서 처참히 밀리며 '듣보잡' 취급받는 아웃사이더들이다. 다들 알다시피 터키 쉬페르 리그는 매 시즌 '이스탄불 3강' 으로 대표되는 갈라타사라이, 페네르바체, 베식타스의 우승 경쟁 레퍼토리, 즉, '삼국지' 가 밥먹듯이 일어나는, 어찌보면 '뻔한 리그' 다. 그런데 이번 시즌 드디어 이 아웃사이더들이 그 잘난 이스탄불 3강을 제끼고 선두권을 달리고 있는데, 이들의 이름은 바로 메디폴 바샥셰히르(Medipol Başakşehir), 그리고 카슴파샤(Kasımpaşa)다. 어찌보면 '범 없는 산중에 토끼가 선생 노릇' 하는 셈이다. 그런데 사실 메디폴 바샥셰히르(Medipol Başakşehir)는 2014-15 시즌부터 4-4-2-3 이라는 빼어난 성적을 거두며 도약에 도약을 거듭하고 있던 팀이다. 그런 바샥셰히르에게 '토끼' 라는 칭호는 사실 '실례' 에 가깝다. 이번 시즌 쉬페르 리그에서 가장 축구다운 축구를 선보인다는 찬사를 받고 있는 바샥셰히르는 보다시피 경기당 실점률(0.47골)에서 타 팀들을 완벽히 압도하고 있으며, 어딘가 하나씩 부족한 면을 보이고 있는 이스탄불 3강과의 맞대결에서 1승 2무로 우위를 점했다.


<웬만해서는 메디폴 바샥셰히르를 막을 수 없다>

- 메디폴 바샥셰히르의 힘은 선수단 평균연령 '29.6세' 라는 기록이 말해주듯이 베테랑들의 풍부한 경험에서 나온다. 특히 가엘 클리쉬(33세), 알렉산드루 에프레아누(32세), 마누엘 다 코스타(32세), 주니오르 카이사라(29세)로 구성된, 평균연령 '32세' 의 '아저씨 수비진' 은 노련함을 무기로 매 경기마다 나이를 잊은 듯한 활약을 펼치며 바샥셰히르의 선두 질주에 큰 공헌을 했다. 이들뿐만 아니라 불혹의 나이를 바라보고 있는 '풍운아' 엠레 벨뢰졸루(38세)는 여전히 주장 완장을 차고 현역으로 활약하고 있으며, 그의 완급조절과 볼배급은 해가 지날수록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이들뿐만 아니라 마흐무트 테크데미르(30세), 마르시우 모쏘로(35세), 괴칸 인러(34세), 스테파노 나폴레오니(32세), 엘예로 엘리아(31세), 엠마누엘 아데바요르(34세)와 같은 백전노장들을 적재적소에 기용하는 압둘라흐 아브즈(Abdullah Avcı) 감독의 신들린 듯한 용병술은 상대적으로 빈약한 바샥셰히르의 득점력을 완벽히 보완하며 매 경기마다 승리를 챙기는 주 원동력이 되었다.


<월드컵 직전 평가전에서 한국을 상대로 '참교육' 을 시전한 에딘 비스차(Edin Visca)>

- 바샥셰히르의 키플레이어 에딘 비스차(Edin Visca)는 이번 시즌에도 6골 7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리그 최정상급 윙 플레이어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비스차는 바샥셰히르의 전신 이스탄불 뷰육셰히르 벨레디예스포르(İstanbul Büyükşehir Belediyespor) 시절부터 팀과 동고동락하며 어느덧 8년차에 접어든 일명 '바전드' 다. 타고난 순간스피드를 바탕으로 상대 수비 모르게 뒷공간으로 침투하는 라인 브레이킹과 강력한 슈팅을 겸비한 그에게 터키 쉬페르 리그라는 무대는 너무 좁아보이지만, 그는 온갖 이적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바샥셰히르에 남아 팀의 공격을 이끌고 있다.


<카슴파샤(Kasımpaşa) 지역은 이스탄불에서도 손꼽히는 우범지대 중 하나다>

- 화제를 돌려 또다른 아웃사이더 카슴파샤(Kasımpaşa)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이스탄불의 중심지 탁심(Taksim)에서 도보로 15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카슴파샤 지역은 빈민과 집시들로 가득한 대표적 우범지대다. 그런 곳에 위치한 팀의 경기를 5~6번 직관하러 갔다온 내게 친구들이 '저러다가 뽕쟁이한테 칼침맞고 죽지' 라는 걱정을 하는 것은 결코 이상한 게 아니다. 내가 굳이 카슴파샤 지역의 위험성에 대해 이렇게 언급하는 이유는 그런 곳을 제 집 드나들듯 직관하러 다닌 본인의 '담대함' 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함이 아니다. '카슴파샤' 라는 팀뿐만 아니라 그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 또한 터키인들 사이에서도 철저히 아웃사이더 취급받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카슴파샤의 '닥공축구' 는 보는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만들었다>

- 그 아웃사이더, 카슴파샤가 이번 시즌 기어코 일을 저질렀다. 매년 중위권에 머물던 카슴파샤는 이번 시즌 화끈한 공격력을 바탕으로 2위권 그룹에 무난히 안착했다. 바샥셰히르의 '짠물수비' 와 대척점에 선 카슴파샤의 '닥공축구' 는 경기당 평균득점 2.18골이라는 기록이 말해주듯이 "상대가 3골을 넣으면 우리는 4골을 넣으면 됩니다" 라는 본프레레 감독의 명언을 실감케 했다. '슈틸리케의 선택을 받지 못 한 남자' 음바예 디아뉴(Mbaye Diagne)는 이번 시즌 무려 20골을 쓸어담으며 쉬페르 리그 외국인 역대 최다골 기록(바페팀비 고미스, 29골) 및 쉬페르 리그 역대 최다골 기록(메틴 옥타이 & 하칸 쉬퀴르, 38골) 경신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집트 특급' 트레제게(5골 5어시스트)와 사무엘 에두크(5골 2어시스트)도 쏠쏠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카슴파샤 최고의 아웃풋,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Recep Tayyip Erdoğan) 現 터키 대통령>

- 카슴파샤의 돌풍은 '흙수저' 부터 시작해서 대통령 자리에 오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Recep Tayyip Erdoğan) 現 터키 대통령의 인생역정을 연상케 한다. 실제로 에르도안 대통령은 카슴파샤 지역에서 태어났으며, 만 15세에 카슴파샤에 입단해 약 13년간 축구선수 생활을 하며 학업을 병행했다. 당시 카슴파샤는 프로와 아마추어를 넘나드는 조그만 클럽에 불과했지만, 2000년대부터 승격과 강등, 그리고 재승격과 재강등을 거듭하다가 마침내 2012-13 시즌부터 쉬페르 리그에 안착했다. 이러한 카슴파샤의 구단 역사와 에르도안 대통령의 입지전적인 행보가 결부되어 카슴파샤 구단은 그들의 홈 구장 이름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으로 명명했다.


<이스탄불에는 갈라타사라이, 페네르바체, 베식타스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라>

- 인구 1,500만의 대도시 이스탄불을 연고지로 삼는데도 평균관중 5,000명을 넘지 못하는 두 팀(심지어 카슴파샤는 2,000명도 못 넘긴다!)이 리그 최상위권에 위치한 현실을 바라보는 것이 가끔 불쾌할 때도 있지만,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느냐는 만적의 말처럼 이런 순위표를 한 번 받아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두 팀 모두 행운이 아닌, 어디까지나 실력으로 이 자리에 오른 것이기 때문이다. 2018-19 터키 쉬페르 리그에서 철저히 외면받던 아웃사이더들의 유쾌한 반란은 과연 후반기에도 계속 이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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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마르셀리노 경질좀; 2018/12/27 11:43 # 삭제 답글

    페네르바체 순위보고 경악했네요;; 코쿠는 뭔 말이 필요없을 정도로 졸장이란걸 증명했는데
    어쩌다 이지경까지;; 터키축구는 잘 몰라서 그러는데 페네르바체 스쿼드만 봐도 유럽에서 다들 네임드정도는 있던 선수들인데 와;; 놀랍네요
  • Cimbom1905 2018/12/27 13:03 #

    페네르바체 이야기는 추후에 자세히 다루겠지만, 사실 코쿠만의 잘못은 아닙니다.
  • 2018/12/27 16:53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Cimbom1905 2018/12/28 12:39 #

    네 반갑습니다 ㅎㅎ 재수하신다고 들었는데 잘 지내시죠?
  • 한승혁 2018/12/29 22:52 # 삭제 답글

    ㅋㅋㅋㅋㅋㅋ 기억하시네요 잘 지냅니다 네이버 블로그cimbom1905시절부터 지금까지 글 잘 읽고 있습니다
    항상 좋은 글 감사합니다
  • Cimbom1905 2018/12/31 22:29 #

    이쪽이야말로 감사드립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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