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9 터키 쉬페르 리그 전반기 결산 (2) - 갈라타사라이 VS 터키축구협회 Galatasaray

<2017-18 시즌 3년만에 터키 쉬페르 리그 정상 탈환에 성공한 갈라타사라이>

- 지난 시즌 통산 21번째 우승 달성에 성공한 갈라타사라이는 우승 5회당 별 1개를 앰블럼 위에 달 수 있는 터키 쉬페르 리그의 특성상 현재까지 별 4개를 달고 있는 유일무이한 클럽이다. 영원한 라이벌 페네르바체(통산 19회 우승)와 베식타스(통산 15회 우승)가 아직도 별 3개에 머물러 있고, 그들에게는 없는 유럽 대항전 우승 경력(1999/2000 UEFA컵 우승, 2000 UEFA 슈퍼컵 우승) 또한 가지고 있기 때문에 '최고, 그리고 최초라는 이름의 팀, 갈라타사라이(Enlerin ve İlklerin takımı Galatasaray)' 라며 자부하는 갈라타사라이 팬들의 자신감은 결코 '근자감' 이 아닐 것이다.


<2017-18 터키 쉬페르 리그 전반기 순위>

- 그러나 이번 시즌은 갈라타사라이에게 있어 결코 쉽지 않아보인다. 리그에서는 메디폴 바샥셰히르(Medipol Başakşehir)와 승점 6점차로 2위 그룹(5위)에 머물러 있고, 챔피언스리그에서는 로코모티브 모스크바, 샬케04, FC 포르투와 함께 D조에 편성되어 '해볼만하다' 는 평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고작 1승밖에 못 챙긴 채 결국 유로파리그로 밀려났다. 그나마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라는 옛말처럼 베식타스, 페네르바체도 이번 시즌 고전을 면치 못 하고 있기에 어느 정도 위안거리가 될 지 모르겠지만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지금 현재 성적이 갈라타사라이가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은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갈라타사라이와 UEFA의 악연은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 그렇다면 갈라타사라이의 이번 시즌 부진 원인은 과연 무엇일까? 먼저 UEFA의 FFP 규제를 들 수 있다. 지난 6월 UEFA는 갈라타사라이에게 FFP 규정 위반으로 인한 일련의 징계들을 발표했는데, 4년간 챔피언스리그 스쿼드 축소 및 벌금 600만 유로 부과 외에도 선수 영입 및 방출에 있어서 적자를 만들지 말 것을 요구했다. 이는 선수 방출로 벌어들인 돈만큼 선수 영입을 할 수 있다는 뜻인데, 그로 인해 갈라타사라이는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운신의 폭이 상당히 좁아지게 되었다. 지난 시즌 임대로 와서 최고의 활약을 보여준 나가토모 유토(250만 유로)와 터키 쉬페르 리그 최고의 토종 플레이메이커 엠레 아크바바(400만 유로)를 영입한 갈라타사라이는 이적시장 막바지에 부랴부랴 지난 시즌 득점왕(29골)이자, 터키 쉬페르 리그 역대 외국인 최다골 기록(종전 28골)을 경신한 바페팀비 고미스를 알 힐랄(600만 유로)로 떠나보냈다. 마치 윗 돌 빼서 아랫 돌 괴듯이, 그리고 공양미 300석에 팔려가는 심청이처럼 그렇게 골잡이를 팔아서 적자를 메운 갈라타사라이는 결국 여름 이적시장에서 바페팀비 고미스를 대체할만한 공격수를 찾지 못 한 채 시즌을 시작했다. 레버쿠젠 시절 손흥민의 팀 동료이자, 팀 내 유일한 스트라이커였던 에렌 데르디요크는 팬들의 기대를 전혀 만족시키지 못 했고, 파티흐 테림 감독 또한 키가 큰 센터백들을 후반전에 공격수로 깜짝 투입시킬 정도로 시즌 내내 골잡이 부재로 인해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샬케04와의 챔피언스리그 경기 도중 기흉에 걸려 고통을 호소하는 나가토모 유토>

- 두번째 원인은 주전 선수들의 줄부상이다. 갈라타사라이는 리그 초반부터 플레이메이커 엠레 아크바바가 중족골 골절로 전반기 아웃을 당하는 불운을 겪더니 이후 페르난두 헤제스, 헨리 온예쿠루, 소피앙 페굴리, 세르다르 아지즈, 그리고 나가토모 유토마저 무더기로 부상당했다. 여기에 페네르바체와의 이스탄불 더비 직후 벌어진 난투극으로 인해 징계를 받은 게리 로드리게스, 바두 은디아예, 라이언 동크의 공백까지 맞물려 갈라타사라이는 한때 베스트 11 중 무려 8명이 전열에서 이탈해버린 상황에 처하게 되어 매 경기마다 출전명단을 짜는 것조차 버거워했다.


<갈라타사라이와 터키축구협회의 전쟁은 거듭된 오심으로 인해 시작되었다>

- 세번째 원인은 전반기 내내 계속된 오심으로 촉발된 갈라타사라이와 터키축구협회의 첨예한 전쟁이다. 사실 이 부분은 갈라타사라이가 일방적으로 피해자 신분이라 '전쟁' 이라는 말을 쓰기도 좀 그렇다. 갈라타사라이는 시즌 내내 페널티 박스 안에서 상대팀 선수들의 파울을 당해왔지만 갈라타사라이를 위한 VAR는 없었다. 어느 정도였냐면 웬만해서는 객관성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TV 프로그램의 평론가들조차 "이것은 갈라타사라이에게 매우 가혹한 판정이다. 최소 VAR를 한 번 거쳤어야 했다" 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급기야 페네르바체와의 이스탄불 더비에서는 오심으로 동점골까지 먹히며 다 잡았던 승리를 놓치기까지 했다. 분노한 파티흐 테림 감독은 인터뷰에서 터키축구협회를 비난하다가 징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무려 10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당하기도 했다. 그래도 바보같이 참아왔던 갈라타사라이였지만 11월 23일 콘야스포르와의 경기에서 또 다시 말도 안 되는 오심의 피해자가 되자 결국 폭발했다. 


<메흐멧 데미르콜(Mehmet Demirkol)은 여러 평론가들 중에서도 가장 신랄하게 VAR를 비난했다>

- 사진에서도 보이다시피 갈라타사라이의 세르다르 아지즈 선수가 나무랄데 없이 완벽한 태클로 공을 걷어내고 있고, 그 위로 콘야스포르 선수가 세르다르 아지즈의 발목을 밟고 넘어졌는데 주심은 망설임없이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중계화면에서는 끊임없이 슬로우 비디오로 해당 장면을 내보냈고, 시청자들은 주심의 판정이 잘못되었음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어찌된 일인지 VAR 심판진에서 아무런 연락도 주심에게 주지 않았다. 그 사이 판정에 분개한 세르다르 아지즈는 주심에게 항의하다가 다이렉트 레드카드까지 받았고, 갈라타사라이 구단은 경기직후 터키축구협회와 심판위원회에게 맹비난을 퍼부었다. 중계화면에 'VAR 판독중' 이라는 문구가 버젓이 뜨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VAR 심판진이 주심에게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았느냐는 것인데 만약 VAR 심판진이 해당 장면의 오심을 못 봤더라도 직무유기에 해당되고, 오심을 보고도 주심에게 이를 알리지 않았다면 VAR 규정을 완벽히 위반한 것이다. 즉, 어떻게든 갈라타사라이에게 해를 끼치기 위해 VAR 시스템의 규정까지 전부 무시했다고밖에 설명할 수 없는 것이다. 


<비인 스포츠(beIN Sports) 시청권 보이콧을 외치며 팬들을 독려하는 울트라슬란(ultrAslan)>

- 각 방송의 축구 전문가들이 모두 이구동성으로 '아마추어 리그에서도 나오지 않을 오심이다', '판정에 도움이 되라고 VAR를 도입했는데 오히려 예전만도 못 하다', '내 생각에는 심판진들의 고의성이 다분한 오심이다' 라고 비판하기 시작하자 터키축구협회는 뒤늦게 해당 경기 주심 및 VAR 심판진에 대해 무기한 자격 정지 징계를 내리면서 자신들을 비난했다는 이유로 무스타파 젠기즈 갈라타사라이 구단주에게 45일간 자격정지 징계 및 벌금형을 내렸다. 무스타파 젠기즈 구단주는 "이는 터키축구협회가 심판들을 이용해 갈라타사라이의 발목을 잡았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라며 터키 쉬페르 리그 18개 팀들의 합의기구인 클럽 연맹(Külüpler Birliği)을 탈퇴해 맞불을 놓았다. 갈라타사라이의 공식 서포터 울트라슬란(ultrAslan)도 '이 추악한 쇼를 더 이상 지켜보지 않을 것이다' 라는 성명을 발표하고 터키축구협회의 주 수입원인 중계권료에 막대한 타격을 주기 위해 비인 스포츠(beIN Sports) 시청권 보이콧을 외치며 팬들을 독려했고, 그 결과 비인 스포츠 고객센터는 나흘간 약 70,000여건의 취소 문의 전화로 북새통을 이뤘다. 12월 23일 현재 갈라타사라이 팬들의 비인 스포츠 보이콧 운동은 약 200,000여건에 달하며 이는 1달에 약 33억원, 즉, 연간 약 400억원이라는 적지 않은 손실을 비인 스포츠 측에 안기고 있는 셈이다.


<해리 키웰(Harry Kewell)은 갈라타사라이의 2000년대 후반 암흑기를 지탱한 '난세의 영웅' 이었다>

- 한때 갈라타사라이에서 마지막 투혼을 불태웠던 해리 키웰은 "터키에서 축구란 '갈라타사라이에 대항하는 자들의 공놀이' 라는 뜻이다" 라는 말을 남긴바 있다. 이는 리그 흥행을 위해 유독 '실수' 를 가장한 오심으로 갈라타사라이의 발목을 잡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물론 인간은 실수하기 마련이고, 따라서 아무리 VAR 시스템이 정착되었다 하더라도 그조차도 인간이 주관하기 때문에 실수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거듭되는 실수는 둘째 치더라도, '재경기 결정' 과 같이 심판진들의 실수를 만회할 수 있는 방법 또한 존재하는데도 마치 봉건시대 왕들처럼 항의만 하면 "그 입 다물라!" 는 식으로 무조건 징계부터 내리는 터키축구협회의 일처리 방식은 누가 봐도 납득할 수 없다. '도둑맞은 승점 4점' 을 합산한다면 갈라타사라이의 순위는 분명 지금보다 더 높은 곳에 있었을 것이다. 그깟 승점 4점이 무슨 대수냐고 쿨하게 반문할 수 있겠지만 참고로 지난 시즌 챔피언 갈라타사라이와 2위 페네르바체의 승점차가 고작 2점차였다. 그리고 이러한 산술적인 이야기를 떠나서 무엇보다도 매 경기마다 경기장을 찾아 응원하는 갈라타사라이 팬들의 열정과 90분 내내 땀흘리는 11명의 선수들에 대한 노고에 대한 실례가 아닌지 되물어보고 싶다.


<파티흐 테림 감독에 대한 갈라타사라이 팬들의 믿음은 절대적이다>

- 종합하자면 참으로 다사다난한 시즌 전반기였다. UEFA의 FFP 규제로 인해 이렇다 할 공격수 없이 시즌을 시작했고, 그나마 있는 선수들조차 죄다 부상으로 나가떨어져서 울고 싶은 상황인데 잇따른 오심까지 막 끼얹으면서 팬들 사이에서도 '한때 강등권을 바라봤던 2010-11 시즌도 이 정도로 개막장은 아니었다' 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본인 또한 이번 시즌 축구보면서 '즐겁다' 는 느낌보다는 뭔가 보면 볼수록 '희망고문' 때문에 지친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신에게는 13척의 배가 있습니다' 라는 이순신 장군의 말처럼 갈라타사라이에는 '황제(Imparator)' 파티흐 테림 감독이 있다. '갈라타사라이 그 자체' 라고 불러도 부족함이 없는 그는 선수생활의 대부분을 갈라타사라이에서 보냈고, 감독으로써 갈라타사라이에서 통산 7회의 리그 우승과 함께 전무후무한 리그 4연패(1996-97, 1997-98, 1998-99, 1999-2000), 그리고 UEFA컵 우승(1999-2000)이라는 금자탑을 쌓은 터키 최고의 명장이다. 유로2008 당시 터키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써 매 경기마다 명승부를 제조하며 한국 축구팬들에게 '터키 극장' 으로 찬사를 얻은 그는 이미 '기적' 을 만드는데 익숙하다. 지난 시즌에도 위기에 빠진 갈라타사라이에 중도 부임해서 21번째 우승을 선사한 그가 또 다시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우리들의 꿈은 이 세상 그 어느 것보다 더 위대합니다(Bizim Hayallerimiz Dünyadan Daha Büyü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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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한승혁 2018/12/29 22:59 # 삭제 답글

    이번 시즌은.. 솔직히 우승에 대한 기대가 거의 없네요
    이번 이적 때 좋은 스트라이커 하나 영입하고 UEFA하고 터키축구연맹이 갈라타사라이 좀 가만히 놔뒀으면 좋겠습니다.
    하반기에 챔스권이라도 들어갔으면 하는 바람만 남았습니다..
  • Cimbom1905 2018/12/31 22:30 #

    새해에는 좋은 일만 일어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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