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9 터키 쉬페르 리그 전반기 결산 (3) - 'Come to Beşiktaş' 의 함정 Beşiktaş

<2015년 베식타스에 부임하여 벌써 4시즌째 팀을 이끌고 있는 셰놀 귀네슈(Şenol Güneş) 감독>
 
- 2015년 6월 셰놀 귀네슈(Şenol Güneş) 감독의 베식타스 부임 소식은 일종의 '불문율' 을 깼다는 점에서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그 불문율이란 '트라브존(Trabzon) 출신 셰놀 귀네슈 감독은 이스탄불 연고팀, 즉, 갈라타사라이, 페네르바체, 베식타스와 같은 팀을 맡지 않는다' 는 것인데, 터키 북동부 흑해 연안의 지방도시 트라브존에서 태어나 트라브존스포르에서 선수생활을 했던 귀네슈 감독은 30년 가까운 감독 커리어에서 이스탄불 3강의 감독직을 맡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러다보니 예순 셋의 나이에 리그 우승 한 번 경험해본 적 없었고, 이 때문에 그는 2002 한일 월드컵에서 터키의 4강 진출을 이끌었음에도 불구하고 조국의 축구팬들에게 역량을 과소평가받고 있었다.


<셰놀 귀네슈 감독은 추락하던 독수리 군단을 부흥시키며 감독으로써 제 2의 전성기를 열었다>

- 불문율까지 깨고 베식타스의 지휘봉을 잡은 귀네슈 감독은 2008-09 시즌 마지막 우승 이후 6년간 '4-5-4-3-3-3' 이라는 어마어마한 비밀번호를 찍으며 만년 '넘버3' 취급받던 베식타스에게 7년만의 리그 우승(2015-16)을 안겨주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귀네슈 감독 본인에게 있어서도 감독 커리어 30년만의 첫 리그 우승 경험이었기 때문에 감회가 남달랐다. 귀네슈 감독은 2016-17 시즌에도 또 다시 베식타스를 우승으로 인도하며 '3번째 별(통산 15번째 우승)' 을 선사했고, 유럽 대항전에서도 유로파리그 8강에 진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바야흐로 귀네슈 감독과 베식타스의 전성시대가 열린 것이다.


<피크렛 오르만(Fikret Orman) 現 베식타스 구단주>

- 이러한 성공의 바탕에는 피크렛 오르만(Fikret Orman) 現 베식타스 구단주의 '비전' 이 있었다. 2012년 베식타스의 제 33대 구단주로 선출된 그는 전임 구단주이자 現 터키축구협회장 이을드름 데미뢰렌(Yıldırım Demirören)이 남기고 간 어마어마한 부채를 상환해야 하는 어려운 임무에 직면했는데 이를 타개하기 위해 선수 영입 및 방출에 있어서 타 팀 구단주와 비교해 매우 경제적인 태도로 팀을 운영해나갔다. 그 결과 베식타스는 2015-16 시즌부터 이적시장에서 본격적인 성과를 거두기 시작했는데 첼시로부터 600만 유로에 영입한 뎀바 바(Demba Ba)를 1년만에 상하이 선화로 1,300만 유로에 되팔았고, 호주 국적으로 인해 '아시안 쿼터 프리미엄' 이 있던 에르산 귈륌(Ersan Gülüm) 또한 허베이로 700만 유로에 팔아 터키 축구판에서는 결코 적지 않은 돈인 2,000만 유로를 하루만에 손에 쥐었다. 그는 지난 시즌에도 젠크 토순(Cenk Tosun)과 마르셀루(Marcelo)를 각각 에버튼과 리옹으로 이적시켜 약 3,000만 유로의 이적료를 벌어들였다.


<터키의 흔한 다단계 마케팅 'Come to Beşiktaş'>

- 이적시장에서의 효율적인 행보와 리그 2연패, 그리고 유럽 대항전에서의 선전으로 경제적 여유가 생긴 베식타스는 2017-18 시즌 여름 이적시장에서 그 유명한 'Come to Beşiktaş'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인다. 전설의 시작은 베식타스에서 맹활약중인 히카르두 콰레스마(Ricardo Quaresma)가 페페(Pepe)에게 "안녕, 친구, 뭐하고 지내? 베식타스로 와(Hello, Amigo, How are you? Come to Beşiktaş)" 라고 전화를 걸자 페페가 흔쾌히 응하며 베식타스에 입단하는, 어찌보면 매우 단순한 구조인데 마성의 브금(BGM, 링크) 때문에 세계 축구팬들 사이에서도 일종의 밈(Meme)처럼 자리잡을 정도로 꽤 유명세를 탔다. 이후에 페페는 알바로 네그레도(Alvaro Negredo)에게 전화를 걸어 그를 데려오고 네그레도는 예레마인 렌스(Jeremain Lens)를, 렌스는 가리 메델(Gary Medel)을 데려오며 다단계 마케팅(...)의 정점을 찍었다. 베식타스는 겨울 이적시장에서도 크로아티아의 러시아 월드컵 준우승을 이끈 도마고이 비다(Domagoj Vida)와 함께 당시 터키 쉬페르 리그에서 센세이셔널한 활약을 보이던 바그너 로베(Vagner Love)까지 영입하며 말 그대로 '미쳐날뛰었다'.




<중화인민공화국 창건 68주년을 축하합니다(Çin Halk Cumhuriyetinin 68. Milli Gününü Kutlarız)>

- 또한 베식타스는 'Come to Beşiktaş' 캠페인의 일환으로 아시아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작년 7월 베식타스는 중국을 방문해 샬케04와 친선경기를 가졌고, 피크렛 오르만 구단주는 따로 중국 슈퍼 리그 구단들과 교류를 맺으면서 "앞으로 계속 정기적으로 중국을 방문하겠다" 라고 밝혔다. 터키 클럽이 아시아 시장 공략을 목표로 직접 방문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인데, 이는 3년 전 갈라타사라이가 일본어 공식 트위터 계정을 열었다가 1년도 못 지나서 폐쇄시킨 과거와 매우 비교되는 행보다. 세계적인 빅클럽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아시아 시장 공략이 필수불가결한 조건이라는 것을 다 알면서도 실행에 옮기지 못 하는 갈라타사라이, 페네르바체와 비교하자면 이러한 베식타스의 아시아 시장 개척은 분명 칭찬받아 마땅한 것이다.


<'Come to Beşiktaş' 캠페인의 최종 목표는 베식타스를 세계적 빅클럽으로 만드는 것이다>

- 실제로 'Come to Beşiktaş' 광고에 출연하는 사람들은 저마다 다양한 인종과 종교, 그리고 출신지역을 가지고 있다. 터키인은 물론이고, 히잡을 쓴 아랍인과 백인, 흑인, 그리고 동양인까지 모두 출연해 '일단 베식타스로 오고나서 얘기하자' 라고 메시지를 던진다. 이를 통해 피크렛 오르만 구단주가 'Come to Beşiktaş' 캠페인을 통해 추구하고자 하는 목표를 명확히 알 수 있다. 우선 전 세계인들이 알만한 스타플레이어 영입을 통해 국내 대회 우승 및 유럽 대항전에서의 선전으로 이목을 집중시키고, 그와 동시에 아시아 시장 개척에 적극적으로 임함으로써 베식타스를 맨유, 레알 마드리드와 같은 세계적인 빅클럽의 대열에 세우는 것이다. 이러한 피크렛 오르만 구단주의 백년대계를 바라보며 본인은 그저 부러움을 금치 못 했다. 하지만 그 땐 그 누구도 몰랐다. 그저 부럽게만 보였던 'Come to Beşiktaş' 캠페인이 베식타스 스스로를 얽매는 올가미가 되어 돌아올 것이라는 것을...



<2017-18 터키 쉬페르 리그 최종 순위>

- 2017-18 시즌 베식타스는 무더기로 영입한 스타플레이어들의 활약에 힘입어 챔피언스리그에서 선전을 거듭하며 터키 클럽 최초로 챔피언스리그에서 조 1위(4승 2무)로 16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한편 리그에서는 30라운드까지 갈라타사라이, 페네르바체, 메디폴 바샥셰히르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치열한 우승 경쟁을 벌였는데 31라운드 갈라타사라이와의 더비에서 그만 0-2 패배를 당하며 순식간에 4위로 추락하고 말았다. 이후 베식타스는 남은 세 경기에서 모두 승리하고도 상위 3팀 또한 3전 3승을 거두는 바람에 그대로 4위로 시즌을 마치는 불운을 맞이했고, 이는 피크렛 오르만 구단주가 전혀 예상치 못 한 결과였다. 그는 베식타스가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한다는 전제하에 'Come to Beşiktaş' 캠페인을 주도하고 있었는데 챔피언스리그는 커녕, 유로파리그 예선이나 치뤄야 하는 신세에 처했으니 막대한 수입원이었던 챔피언스리그 수입이 끊겨버린 것이다. 결국 피크렛 오르만 구단주는 2018-19 시즌 시작 전부터 일찌감치 예산 삭감(약 25~30%)을 선언하고, 이미 계획해놨던 중국 투어 일정까지 취소해버렸다.


<올해 8월에 발생한 터키 리라화 폭락 사태는 터키 클럽들의 재정관리에 큰 부담을 안겨줬다>

- 그러나 '나쁜 일은 한꺼번에 온다' 는 말처럼, 지난 8월 터키와 미국과의 외교 문제로 발생한 리라화 폭락 사태로 인해 터키 리라(TL) ↔ 유로(€) 환율은 5.3에서 7.9까지 폭등했다. 이는 달리 말하면 1유로를 환전하기 위해 기존에는 5.3리라가 필요했는데 리라화 폭락 사태 이후 1유로를 환전하는데 7.9리라가 필요한 상황에 처한 것이다. 이는 선수들의 연봉을 대부분 유로화로 지불하는 터키 클럽들에게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왔고, 스타플레이어들을 대거 보유한 베식타스도 예외는 아니었다. 간단히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페페의 연봉이 약 500만 유로인데 작년에는 약 2,650만 리라를 지불하다가 올해는 무려 3,950만 리라를 지불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알바로 네그레도에 이어 페페마저 시즌 중도에 계약을 해지하고 베식타스를 떠났다>

- 거듭되는 악재로 인해 베식타스는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벌어들인 이적료(1,400만 유로)로 간신히 선수들에게 주급을 지급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나 그마저도 '언 발에 오줌누기' 정도밖에 되지 않는 수준이라서 시즌이 시작되자마자 베식타스는 일부 고액 연봉자들의 주급을 체불하기 시작했고, 이에 알바로 네그레도(9월)가 먼저 시즌 도중 계약해지로 팀을 떠나 UAE의 알 나스르로 이적해버린다. 그 뒤를 이어 페페도 12월 중순에 계약해지를 요구하고 팀을 떠났고, 이번 시즌을 끝으로 베식타스와의 계약기간이 종료되는 라이언 바벨(Ryan Babel)은 벌써부터 매니저를 통해 새로운 팀을 알아보고 있다.


<2018-19 터키 쉬페르 리그 전반기 순위>

- 그 결과 베식타스는 리그 및 유럽 대항전에서 전혀 힘을 쓰지 못 하고 있다. 유로파리그에서는 한 수 아래로 평가받는 상대들과 졸전을 거듭하다가 결국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굴욕을 당했고, 리그에서도 들쑥날쑥한 경기력(특히 페페의 공백이 너무나도 크게 느껴진다)이 고비마다 발목을 잡으면서 리그 선두 바샥셰히르와의 승점차가 무려 9점에 달한다. 재도약을 위한 선수 영입 보강은 커녕 이번 시즌을 끝으로 계약기간이 끝나는 선수들을 이번 겨울에 계약해지로 떠나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마저도 언감생심이다. 귀네슈 감독은 팀을 떠난 선수들의 빈 자리를 귀벤 얄츤(Güven Yalçın, 19세), 도룩한 토쾨즈(Dorukhan Toköz, 22세)와 같은 젊은 선수들로 채우며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있지만 그마저도 쉽지않아 보인다.


<아마도 지금이 셰놀 귀네슈 감독의 베식타스 커리어에 있어서 가장 힘든 시기일 것이다>

- 따지고보면 귀네슈 감독은 이번 시즌 부진의 책임을 져야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자신이 요구해서 그 많은 스타플레이어를 데려온 것도 아니었고, 베식타스가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지 못 하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지 못 한 경영적 책임 또한 그에게 달려있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휴식기도 아니고 시즌 중에 팀의 주축 선수들이 하나둘씩 떠나고 있는데 그 선수들의 공백을 어린 핏덩이들로 어렵게 어렵게 메워나가는 그에게 누가 돌을 던질 수 있단 말인가? 베식타스 서포터들도 그걸 알기 때문에 경기장에서 "피크렛 오르만아, 모아놓은 돈 다 어디갔냐?" 라고 항의하는 와중에도 귀네슈 감독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주는 것이다.
 

<셰놀 귀네슈 감독과 피크렛 오르만 구단주의 동행은 과연 계속될 것인가?>

- 12월 27일 베식타스는 이번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끝나는 귀네슈 감독에게 계약연장을 제의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귀네슈 감독과 피크렛 오르만 구단주의 불화설을 하루가 멀다하고 보도하는 매스컴의 루머를 차단하고, 자신의 실수로 인해 가시밭길을 걷고 있는 귀네슈 감독에 대한 피크렛 오르만 구단주의 보상의 제스처로 볼 수 있다. 지난 시즌 튀르키예 쿠파스(Türkiye Kupası, 터키의 FA컵) 4강전에서 귀네슈 감독이 페네르바체 팬들의 이물질 투척에 머리를 다쳐 쓰러지자 주저하지 않고 재경기 결정에 불복하고 보이콧을 선언해 이번 시즌 튀르키예 쿠파스 참가자격을 박탈당하며 귀네슈 감독을 보호해줬던 피크렛 오르만 구단주다. 두 사람의 관계가 찌라시들의 썰과는 달리 그리 쉽게 깨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당장 두 사람 앞에 펼쳐진 길이 결코 쉽지 않아보여서 귀네슈 감독이 과연 어떠한 답변을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볼때마다 베식타스 미디어팀의 홍보력은 정말 부럽기 그지없다 갈라타사라이야 좀 배워>

- 종합하자면 셰놀 귀네슈 감독과 함께 터키 쉬페르 리그 권좌를 탈환한 베식타스는 'Come to Beşiktaş' 캠페인을 통해 세계적인 빅클럽으로 발돋움하고자 했으나, 예상치 못 했던 불운의 연속으로 인하여 결국 스스로의 목을 죄고 말았다. 하지만 '꿈을 꾸지 않는 자는 결코 비상할 수 없다' 라는 말처럼 'Come to Beşiktaş' 캠페인의 이상향은 '우물 안 개구리' 와 같은 터키 축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어려움은 그 때뿐, '독수리 군단' 은 곧 또 다시 힘차게 날갯짓하며 하늘 높이 비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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