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9 터키 쉬페르 리그 전반기 결산 (4) - 페네르바체는 어떻게 몰락했는가? Fenerbahçe

<2018-19 터키 쉬페르 리그 전반기 순위>

- 지난 주 일정을 끝으로 약 4주간의 휴식기에 들어간 2018-19 터키 쉬페르 리그 전반기 최대 이슈는 누가 뭐래도 '페네르바체의 몰락' 일 것이다. 메디폴 바샥셰히르(Medipol Başakşehir)와 카슴파샤(Kasımpaşa)의 돌풍, '흑해의 폭풍' 트라브존스포르의 부활, 그리고 이스탄불 3강의 부진과 같은 주요 키워드 중에서도 단연 페네르바체의 몰락은 터키 현지에서도 가장 큰 화제거리다. 터키 전체 인구(약 8,000만)의 1/4 인 약 2,000만명이 페네르바체를 응원한다는 통계가 말해주듯이, 페네르바체는 갈라타사라이, 베식타스와 함께 터키 축구를 지탱하는 든든한 대들보와 같은 존재인데 이번 시즌에는 강등권(17위)에서 벗어나지 못 하고 있다. 이는 터키 쉬페르 리그가 18개팀 체제로 구성된 30년동안 페네르바체가 받아온 전반기 성적표 중 최악의 기록이다.


<트라브존스포르의 전성기가 한창이던 1980-81시즌에 이스탄불 3강은 일제히 부진에 빠져있었다>

- 물론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라는 말처럼 페네르바체뿐만 아니라 갈라타사라이, 베식타스도 이번 시즌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표를 받았다. 이렇게 세 팀이 모두 부진에 빠졌던 시즌은 트라브존스포르의 전성기가 한창이던 1980-81 시즌까지 거슬러 올라가야할 정도로 정말 흔치 않다. 하지만 역전 우승의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있는 두 팀과 달리 페네르바체는 당장 강등을 걱정해야 되는 처지이기 때문에 그러한 현실이 전혀 위안거리가 되지 못 한다. 구단 역사상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페네르바체에게 과연 무슨 일들이 일어났던 것일까? 페네르바체가 몰락한 원인을 처음부터 끝까지, 명명백백하게 알기 위해서는 우선 시간을 거꾸로 돌려 2018년 6월 3일로 돌아가야 한다.


<2018년 페네르바체 구단주 선거에 출마한 아지즈 이을드름(Aziz Yıldırım)과 알리 코치(Ali Koç)>

- 2018년 6월 3일 페네르바체의 홈 경기장 윌케르 스타디움(Ülker Stadyum)에서는 페네르바체의 제 37대 구단주를 선출하는 구단주 선거가 열렸다. 이 선거에는 1998년부터 20년간 페네르바체 구단주로 군림해왔던 아지즈 이을드름(Aziz Yıldırım) 후보와 터키의 최대 재벌 '코치 일가(Koç Ailesi)' 의 재벌 3세 알리 코치(Ali Koç)가 출마해 서로에 대한 첨예한 신경전을 벌이며 각자 당선 공약을 걸었다. 특히 아지즈 이을드름 후보는 알리 코치 후보와 함께할 수뇌부 중 한 명이 지난 1992년부터 1995년까지 라이벌 갈라타사라이의 수뇌부에서 활동해왔던 사실을 폭로하는 '네거티브 전략' 을 펼침과 동시에, 알리 코치 후보 앞에서 대놓고 "그토록 이 팀을 이끌어보고 싶다면 일단 자네에게 축구팀을 맡기고, 나는 나머지 종목들을 총괄하겠다." 라는 제안(?)을 하는 등 20년간 지켜왔던 구단주직을 사수하고자 안간힘을 썼다.


<아지즈 이을드름 구단주는 김연경과의 각별한 관계로 국내에 잘 알려졌다>

- 아지즈 이을드름 구단주는 1998년 페네르바체의 제 36대 구단주로 당선된 이후 무려 20년간 재선에 재선을 거듭하며 페네르바체를 계속 이끌어왔다. 그는 '중원의 사령관' 알렉스 데 소우자(Alex de Souza)를 앞세워 페네르바체의 전성시대(2003-04, 2004-05, 2006-07)를 이룩함과 동시에 축구 외의 다른 종목들에도 투자를 확대함으로써 농구, 배구팀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도약시켰다. 현재 페네르바체 농구팀과 배구팀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각종 대회에서 우승을 휩쓸고 있는데, 김연경 선수가 활약했던 여자 배구팀도 예외는 아니었다. 당시 아지즈 이을드름 구단주는 김연경 선수의 신랑감을 찾아주겠다는 농담까지 건넬 정도로 그녀에게 각별한 관심을 보였는데 이로 인해 국내에서는 단순히 김연경과 관계가 좋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아지즈 이을드름 구단주를 좋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2011년 터키 승부조작 사태의 주동자로 지목된 아지즈 이을드름 구단주>

- 그러나 동전에도 양면이 있듯이, 그는 터키에서 '나쁜 면' 으로 더 유명한 사람이다. 지난 2011년 7월 3일 터키 전역을 충격과 공포에 빠뜨렸던 승부조작 사태 당시 아지즈 이을드름 구단주는 2010-11 시즌 후반기 9경기에 대한 승부조작을 지시한 혐의로 체포되었는데 터키 경찰 당국은 그가 경기 직전 해당 경기 주심 및 상대팀 수뇌부들과 석연찮은 만남을 가지면서 매번 이상한 서류가방들을 주는 사진들을 증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단순히 친목 도모를 한 것뿐이었다' 는 그의 주장을 반박할만한 결정적인 증거자료(녹취)가 없었고, 매번 공판이 열릴 때마다 수많은 페네르바체 팬들이 터키 법원 건물을 에워싸며 재판관들에게 물리적, 심리적 압박을 가하자 결국 아지즈 이을드름 구단주는 1년만에 무혐의로 석방되었다. 이후 아지즈 이을드름 구단주는 이 모든 사태가 '페네르바체를 수렁에 빠뜨리려는 자들의 음모'라고 변호했지만 이로 인해 터키 축구계는 2011-12 시즌 리그 제도를 한시적으로 플레이오프 제도(쉬페르 피날)로 바꾸고, 경기 직전 경기 주심 및 상대팀 수뇌부와의 사적 만남을 제도적으로 금하는 조치를 취하는 등 한동안 홍역을 앓았다. 또한 승부조작 파문으로 2010-11 시즌 페네르바체의 리그 우승에 대한 정통성 논란으로 인해 트라브존스포르가 해당 시즌 우승 자격을 주장하며 발생된 페네르바체와 트라브존스포르의 '살벌한 관계' 또한 바로 여기서 시작된 것이다. 당시 터키를 여행했던 만화가 샤다라빠도 이에 대해 특별히 지면을 할애해서 언급한 바 있다.




<자신에게 야유하는 팬들에게 폭언을 퍼붓는 아지즈 이을드름 구단주>

- 또한 그는 다혈질적인 성격으로 인해 가는 곳마다 구설수에 올랐는데, 상대팀 구단주(특히 갈라타사라이)에 대한 인신공격은 기본이고, 심지어 농구장에서 주먹다짐을 벌이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에 반대하는 페네르바체 팬들에게도 '버러지 같은 새X들(Şerefsizler)' 이라고 하고, 2013-14 시즌 통산 19번째 리그 우승을 축하하는 자리에서는 아예 한 술 더 떠서 자신에게 야유를 퍼붓고, 알렉스 데 소우자의 이름을 연호하는 팬들에게 다음과 같은 폭언을 퍼부으며 물의를 일으켰다.


"무례한 짓 하지 마라, 무례한 짓 하지 말라고. 페네르바체의 우승을 축하하기 위해, 
그리고 이 많은 선수들의 노고를 치하하기 위해 여기에 모인거잖아. 
너희같은 것들은 두 번 다시 이 경기장에 못 들어오게 할 거야. 
무례한 놈들! 싸가지없는 놈들! 돈의 노예들! 그 입 좀 다물어! 
내가 알렉스 데 소우자를 데려왔어. 우리 팀에 도움이 될 거라고 확신했기 때문에,
그 때 너희들은 알렉스한테 야유를 퍼붓곤 했지. 그래도 난 그를 믿고 지켜줬어.
그러다가 더 이상 팀에 도움이 안 될 거라고 생각해서 보내버린거라고! 부끄러운 줄 알아라!
오늘 저녁은 2011년 7월 3일 페네르바체에게 일어난 사건(승부조작 사태)에 대한 보상을 받는 날이야!
너희들처럼 작년 카라뷕스포르와의 경기에서 패배했다고 내게 "승부조작이다! 승부조작이야!" 라고
놀려댔던 놈들이 페네르바체 팬이라고 행세하고 다니다니! 너희들은 페네르바체 팬도 아니야!
두 번 다시 이 경기장에 못 들어오게 해주지. 모두의 앞에서 맹세할거야. 이 싸가지 없는 놈들아!"

 

<알리 코치(Ali Koç)는 터키 여성들의 여심(女心)을 사로잡은 미중년의 표본으로 유명하다>

- 그에 반해 알리 코치(Ali Koç) 후보는 타고난 외모와 뛰어난 언변, 그리고 냉철한 성격으로 인해 출마 선언 직후부터 수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그는 코치 일가의 자회사 중 백색 가전제품을 생산하는 베코(BEKO)가 FC 바르셀로나의 공식 스폰서로 뽑히는 과정에서 뛰어난 비즈니스 수완을 보였다. 약 8,400억원 이상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그는 연설에서 "제가 페네르바체의 구단주가 된다면 페네르바체에 또 다른 '해뜰날' 이 올 것입니다" 라며 성공을 자신했고, 이를 통해 수많은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압도적인 득표차로 페네르바체의 제 37대 구단주로 선출된 알리 코치 구단주>

- 그리고 개표결과 백중세가 예상되었던 것과 달리 알리 코치 후보가 무려 16,092표를 득표하며 4,644표에 그친 아지즈 이을드름 구단주를 누르고 페네르바체의 제 37대 구단주로 당선된다. 알리 코치 후보가 예상보다 큰 차이로 당선될 수 있었던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유권자들이 2013-14 시즌 이후 4년간 우승하지 못 한 책임을 아지즈 이을드름 구단주에게 책임을 물었기 때문이다. 비록 아지즈 이을드름 재임기동안 그동안 농구, 배구 종목에서 크나큰 성과를 거두긴 했지만 터키인들에게 있어서 축구 외의 종목은 사실상 '아웃 오브 안중' 이기 때문에 큰 효과가 없었다. 페네르바체 축구팀은 이 기간동안 리그 우승 6회 및 준우승 10회, 튀르키예 쿠파스 우승 2회 및 준우승 7회를 기록하며 항상 '콩을 까는' 포지션에 있었고, 같은 기간동안 갈라타사라이는 리그 우승 10회 및 준우승 3회, 튀르키예 쿠파스 우승 6회, 그리고 유럽 대항전 우승(1999-2000 UEFA컵, 2000 UEFA 슈퍼컵)을 차지하며 페네르바체와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알리 코치가 구단주로 뽑히면 해뜰날 온다(Ali Koç Başkan, Güneş Doğacak)>

- 그렇게 아지즈 이을드름의 시대가 끝이 나고, 페네르바체는 새로운 구단주와 함께 새로운 꿈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곧 해뜰날이 올 것이다(Çok yakında güneşli günler)" 라는 그들의 응원가 구절처럼 모든 페네르바체 팬들이 희망을 노래하고, 이야기하곤 했다. 개인적으로 이 당시를 회고하자면 카페에서 갈라타사라이 경기 같이 보러 다니는 친구들끼리도 "올해는 페네르바체가 뭔가 다를 것 같다", "일단 페네르바체는 우승후보로 두고 시작해야지" 라는 공감대가 형성될 정도였다. 라이벌 갈라타사라이 팬들의 반응이 이 정도인데 페네르바체 팬들은 오죽했을까? 그들은 마치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알리 코치 구단주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과 지지를 보냈다.


<다미앙 코몰리(Damien Comolli)를 스포츠 디렉터로 선임하다>

- 6월 7일 알리 코치 구단주는 다미앙 코몰리(Damien Comolli)를 스포츠 디렉터로 영입하며 새 시즌을 준비한다. 아스날 시절 스카우터로써 아르센 벵거 감독의 '프렌치 커넥션' 결성에 지대한 공을 세운 바 있고, 생테티엔, 토트넘, 리버풀에서도 스포츠 디렉터로써 뛰어난 수완을 발휘한 코몰리를 데려옴으로써 알리 코치 구단주는 페네르바체가 나아가야 할 바를 명확히 제시했다. 이전처럼 더 이상 이름값만 보고 스타플레이어를 영입하지 않고 젊고 유망한 선수들, 그리고 가성비가 높은 선수들 위주로 선수단을 재편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축구판 머니볼'을 지향하는 다미앙 코몰리가 추구해온 가치관과 놀랍도록 흡사하다.


<바르쉬 알르즈(Barış Alıcı)와 베르케 외제르(Berke Özer)를 영입한 페네르바체>

- 그렇게 알리 코치 구단주로부터 구단의 선수 영입 정책을 위임받은 다미앙 코몰리는 가장 먼저 젠기즈 윈데르(Cengiz Ünder)와 차을라르 쇠윈쥐(Çağlar Söyüncü)를 육성하며 터키 최고의 유망주 팜으로 유명한 알튼오르두(Altınordu)의 촉망받는 유망주 2명을 한꺼번에 영입했다. 지난 시즌 2부리그(1.Lig)에서 10골 10어시스트를 기록한 만 21세의 라이트 윙 바르쉬 알르즈(Barış Alıcı, 왼쪽)와 만 18세 골키퍼 유망주 베르케 외제르(Berke Özer, 오른쪽)가 그 주인공인데 특히 베르케 외제르는 맨체스터 시티와 같은 유럽 유수의 명문팀들이 관심을 보일 정도로 전도유망한 골키퍼 유망주로, 볼칸 데미렐(Volkan Demirel, 만 36세)과 카를로스 카메니(Carlos Cameni, 만 34세)의 뒤를 이어 향후 페네르바체의 차기 수문장으로 거론되고 있을 정도로 기대가 높다. 또한 지난 시즌 네덜란드 2부리그에서 7골 12어시스트를 기록한 만 18세 공격형 미드필더 페르디 카디오을루(Ferdi Kadioğlu)도 페네르바체에 입단하며 기대를 모았다.


<브라질 월드컵에서 한국에게 씻을 수 없는 굴욕을 안겨준 이슬람 슬리마니(Islam Slimani)>

- 다미앙 코몰리는 더 나아가서 미래를 위한 유망주 영입뿐만 아니라 즉시전력감 영입에도 신경을 썼다. 스완지 시티에서 활약했던 안드레 아예우(Andre Ayew)와 레스터 시티의 이슬람 슬리마니(Islam Slimani)를 임대로 데려오고, 부르사스포르의 철벽 수문장 하룬 테킨(Harun Tekin)까지 영입하여 지난 시즌 페네르바체를 끊임없이 괴롭혀왔던 골키퍼 문제를 단번에 해결했다. 그 외에도 브라질리언 수비형 미드필더 유망주 자이우송(Jailson)과 알제리 국가대표 야신 벤지아(Yassine Benzia), FC 포르투의 디에고 레예스(Diego Reyes), 그리고 스위스 출신 스트라이커 미하엘 프레이(Michael Frey) 영입을 성사시키며 선수단 구성을 완료한다.


<PSV 아인트호벤을 재건한 필립 코쿠(Phillip Cocu) 감독을 페네르바체로 데려오다>

- 지난 시즌 페네르바체를 이끌었던 아이쿠트 코자만(Aykut Kocaman) 감독의 처우 문제를 두고 고심하던 알리 코치 구단주는 그가 다미앙 코몰리 스포츠 디렉터와의 첫 면담에서 대립각을 세우자 주저하지 않고 아이쿠트 코자만과 결별을 택했고, 이로 인해 차기 페네르바체 감독은 과연 누가 될 것인지에 대해 세간의 관심이 쏠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페네르바체의 신임 감독으로 선수 시절 '멀티플레이어' 로써 명성을 떨치고, 감독으로써 지난 2007-08 시즌 이후 몰락한 PSV 아인트호벤을 완벽히 재건한, 그 유명한 필립 코쿠(Phillip Cocu)가 선임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상종가를 치고 있는, 그러니까 터키에 올 것 같지 않았던 필립 코쿠를 알리 코치 구단주가 데려왔으니 페네르바체 팬들은 마치 2018-19 터키 쉬페르 리그 우승은 따놓은 당상인 것처럼 생각했다. 뭐, 그 때는 그랬다는 이야기다.


<취임 초기부터 예상치 못한 재무제표를 받고 난관에 봉착한 알리 코치 구단주>

- 그러던 7월 24일 오후 알리 코치 구단주는 페네르바체 TV를 통해 굳은 표정으로 "예상했던 것보다 상황이 더 나쁩니다. 오늘 제가 밝히고자 하는 것은 페네르바체의 모든 구성원들이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 것들입니다. 구단의 그 어떤 은행계좌를 뒤지더라도 사용할 수 있는 돈 한 푼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라고 말하며 아지즈 이을드름 前 구단주가 남기고 간 페네르바체의 부채 현황(2018년 5월 31일자)을 발표했다. 6억 2,100만 달러! 무려 8,200억원이다. 더 심각한 것은 FFP 징계를 피하기 위해 부채의 대부분(약 5,000억원)을 내년까지 갚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며 일부 부채(1,895억원)의 경우, 당장 올해까지 상환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갈라타사라이의 구단부채가 3,850억원에 육박하는 바람에 때문에 죽네 사네 했던 것을 생각해본다면 아지즈 이을드름 前 구단주가 얼마나 흥청망청 돈을 쓰고 다녔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알리 코치 구단주는 급히 자신의 사재를 털어 5,000만 달러(약 565억원)를 구단에 헌납하고, 약 2,000만 달러(약 226억원)짜리 스폰서 계약을 목전(目前)에 둔 상황이기 때문에 일단 급한 불을 껐다고 밝혔지만, "제 힘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1907 페네르바체 협회(1907 Fenerbahçe Derneği) 회원 여러분들과 팬 여러분들의 성원이 필요합니다." 라며 도움을 호소했지만 눈덩이처럼 불어난 부채를 막지 못 하고 결국 12월 19일에 "FFP 징계를 피할 수 없게 되었다" 라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페네르바체는 UEFA로부터 다음 시즌 유럽 대항전 출전 자격을 박탈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편히 잠드세요 레프테르, 우승은 페네르바체의 몫이에요(Rahat uyu Lefter, Şampiyon Fenerbahçe)>

- 비록 시즌 시작 전부터 재정적 문제가 대두되면서 난관에 봉착한 페네르바체였지만 그렇다고 페네르바체가 강력한 우승 후보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았다. 갈라타사라이는 이미 UEFA로부터 FFP 징계를 받은 상태였고, 베식타스도 이번 시즌 약 25~30%의 예산 삭감을 했기 때문에 이렇다 할 선수 영입 및 보강을 하지 못 했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페네르바체는 다미앙 코몰리의 주도 하에 이적시장에서 약 1,600만 유로의 이적료를 사용했고, 이는 갈라타사라이(850만 유로)와 베식타스(650만 유로)의 이적료 사용금액을 합친 것보다 더 많았다. 더군다나 이번 시즌 터키 쉬페르 리그의 인물로 페네르바체의 레전드 스트라이커 레프테르 퀴취칸도니아디스(Lefter Küçükandonyadis)가 선정되었기 때문에 페네르바체 팬들은 더더욱 이번 시즌 우승을 갈망했다. 그렇게 2018-19 터키 쉬페르 리그의 서막이 열렸다.


<리그 최하위팀에게 3골을 먹으며 참패를 당한 페네르바체>

- 부르사스포르와의 개막전에서 승리를 거두며 기분좋게 출발한 페네르바체는 이후 3연패를 당하며 심상찮은 전조를 드러냈는데 전통적으로 '슬로우 스타터' 성향이 강한 페네르바체의 특성상 시간이 지나고 필립 코쿠 감독의 전술이 정착된다면 자연스럽게 우승 후보의 자리에 있을 것만 같았고, 실제로도 다들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모두의 예측과 달리 페네르바체는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유로파리그 첫 경기에서 디나모 자그레브(Dinamo Zagrev)에게 1-4 대패를 당하더니 급기야 리그 최하위(18위)에 머물던 차이쿠르 리제스포르(Çaykur Rizespor)를 상대로 0-3 참패를 당하자 페네르바체 팬덤은 필립 코쿠 감독에 대한 의구심을 품기 시작한다. 




<리제스포르를 상대로 0-3 참패를 당한 직후 팬들에게 직접 찾아가서 용서를 비는 알리 코치 구단주>

- 당시 심상찮은 분위기를 감지한 알리 코치 구단주는 직접 관중석을 찾아가서 팬들에게 용서를 구했다. 이스탄불에서 버스로 20시간 넘게 소요되는 리제(Rize)까지 원정온 페네르바체 팬들은 알리 코치 구단주에 대해서는 변함없는 신뢰를 표했지만 다미앙 코몰리 스포츠 디렉터와 필립 코쿠 감독의 경질을 강력히 요구했다. 이들은 부진한 성적에 대해서는 필립 코쿠 감독에게 책임을 돌리고,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영입한 최전방 공격수 미하엘 프레이가 거듭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그를 영입한 다미앙 코몰리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하엘 프레이 영입 제의가 와서 봤는데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원래 그 선수는 6순위에 있었다">

- 여기에 미하엘 프레이의 영입과 관련해 이번 시즌 쉬페르 리그로 승격한 에르주룸스포르(Erzurumspor)의 구단주가 "페네르바체가 264만 유로(약 35억원)를 주고 영입한 미하엘 프레이는 우리 팀의 영입순위에서 6번째에 불과했다. 또한 그의 원 소속팀은 우리에게 이적료로 단돈 60만 유로(약 8억원)를 요구했다." 라는 뒷이야기를 공개하면서 다미앙 코몰리에 대한 페네르바체 팬덤의 불신은 하늘을 찌르기 시작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다미앙 코몰리는 말 그대로 '호구딜' 을 한 셈이다. 미하엘 프레이뿐만 아니라 이슬람 슬리마니와 야신 벤지아, 디에고 레예스 등등 이번 시즌 다미앙 코몰리에 의해 영입된 선수들은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이 부진한 모습을 보여주며 팀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았다.


<나빌 디라르(Nabil Dirar)와 아아티프 샤에슈(Aatif Chahechouhe), 그리고 볼칸 데미렐(Volkan Demirel)>

- 필립 코쿠 감독과 다미앙 코몰리 스포츠 디렉터에 대한 페네르바체 팬들의 불신(不信)이 극에 달하고 있던 때에 페네르바체 구단은 10월 5일 팀 내 코칭스태프 3명을 모두 내쫓아 버리고, 볼칸 데미렐(Volkan Demirel), 아아티프 샤에슈(Aatif Chahechouhe), 나빌 디라르(Nabil Dirar)를 무기한 1군 명단에서 제외시킨다는 충격적인 발표를 했다. 부진에 빠진 팀들이 으레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의 쇄신을 꾀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지만, 페네르바체 팬들이 가장 납득할 수 없었던 것은 지난 2002년 만 20세의 나이에 페네르바체에 입단해 16년동안 페네르바체의 수문장으로 활약해온 주장 볼칸 데미렐을 내친 것이었다. 페네르바체 팬들은 페네르바체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 중 한 명으로 기억되는 알렉스 데 소우자(Alex de Souza)의 예를 들며 구단이 알렉스 데 소우자에 이어 볼칸 데미렐마저 토사구팽(兎死狗烹)하려 든다며 통탄을 금치 못 했다. 여기서부터 알리 코치에 대한 페네르바체 팬들의 신뢰마저 흔들리기 시작했다.


<취임 직후부터 지금까지 페네르바체에서 벌어진 일들을 해명하는 알리 코치 구단주>

- 팬들의 원성이 하늘을 찌를 듯이 높아지자 알리 코치 구단주는 "최대한 빨리 이 문제에 대해 해명할 기회를 갖도록 하겠다" 라고 밝혔고, 그의 말대로 10월 10일 페네르바체 TV(FB TV)에 출연해 구단주 취임 직후 약 130일동안 페네르바체 구단 내에서 무슨 일들이 벌어졌는지 명명백백하게 밝혔다. 당시 이를 생방송으로 청취하던 본인뿐만 아니라 2,000만 페네르바체 팬들도 도저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충격적인 내용에 할 말을 잃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생각보다 부진한 성적을 거두고 있고, 이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점차 나아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다미앙 코몰리에게 나 또한 화를 내고 싶지만 새로 영입한 선수들이 부진하다고 무작정 비난만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디에고 루가노(Diego Lugano)와 에두 드라세나(Edu Dracena)의 전례를 떠올려보면 처음에는 그렇게나 많이 비판받았지만, 나중에 팀에 어떤 선수가 되었는지는 다들 알고 계실 것이라고 생각한다.

* 지안루이지 부폰(Gianluigi Buffon) 스스로 페네르바체의 경기장 분위기에 대해 결코 잊혀지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할 정도로 페네르바체 팬 여러분들의 성원은 남다르기로 유명하다. 그런데 최근 경기장 분위기를 보면 우리 팀 선수들에게 앞장 서서 야유를 하는 팬들이 적지 않다. 비록 팀이 부진에 빠져있더라도 예전처럼 변함없이 성원해주셨으면 좋겠다.

* 겨울에 필립 코쿠를 경질하고 에르순 야날(Ersun Yanal)을 새 감독으로 선임할 계획은 현재로써는 없다. 에르순 야날 감독의 재임기간(2013-14 시즌)동안 페네르바체의 경기력은 나무랄데 없었고, 리그 우승을 조기에 확정지었다는 사실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그에게 백년대계(百年大計)를 설계할만한 비전이 없다고 판단했다. 로랑 블랑(Laurent Blanc), 타이푼 코르쿠트(Tayfun Korkut), 아르센 벵거(Arsene Wenger)와 접촉한 사실 또한 없다. 벵거의 경우는 웃겨서 말이 안 나올 정도다. 보드룸(Bodrum)에서 열리는 카레이싱 챔피언쉽을 관전하기 위해 왔다고 해서 잠깐 만난 것이 전부였는데 다음날 '페네르바체 차기 감독은 아르센 벵거' 라고 대문짝만하게 신문에 실렸다.

* 3명의 코칭스태프를 경질한 사유는 크게 4가지다. 이들은 필립 코쿠 감독과 함께 팀에 새로 합류한 에르빈 쿠만(Erwin Koeman) 코치와의 업무분담을 원치 않았고, 그에게 시종일관 무례하고 불손하게 대한 것이 첫번째이고, 선수들이 빡빡한 일정으로 인해 피로감을 호소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필립 코쿠 감독에게 알리지 않는 바람에 최상의 경기력을 보여줄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선수들 또한 부상의 위험에 내몰린 것이 두번째 이유다. 세번째 이유는 이들이 훈련장에서 수집한 선수들의 데이터와 팀 전술을 무려 176차례 구단 외부로 무단 유출했기 때문이며, 마지막으로 베식타스와의 더비에서 0-1로 뒤진 채 전반전이 끝난 뒤, 필립 코쿠 감독이 보는 앞에서 돗자리를 피고 '오늘은 베식타스가 이길 것이다. 그러므로 우린 여기서 필립 코쿠 감독의 장례식이나 치루자' 고 말했다고 한다. 도대체 그들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짓들을 했는지 지금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 아아티프 샤에슈와 나빌 디라르 두 선수 모두 경기력 측면에서도 부족했고, 훈련에서도 태만하기 짝이 없었으며 팀 내에 파벌을 만들기까지 했다. 나빌 디라르는 국가대표팀 소집 이후 늦게 복귀하고, 팀 회의에도 참여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에 대한 그 어떠한 사과도 없었다. 괴즈테페(Göztepe)와의 경기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여 다음 경기 출전 명단에서 제외시키자 필립 코쿠 감독에게 가서 "저는 이제 휴가나 떠날렵니다" 라고 말하기도 했다. 아아티프 샤에슈는 시즌 내내 "이런 빈약한 선수단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라는 식으로 불평불만을 멈추지 않았다.   

* 볼칸 데미렐은 본인과 구단 수뇌부에게 무례한 태도를 보였을 뿐만 아니라 주장으로써 팀에 대한 책임을 다 하지 않았다. "팀 내에 파벌이 있다" 라고 떠들고 다니면서 이에 대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팀원들을 하나로 규합시키지도 못 했고, 단합 측면에서 회식 한 번 제의하지도 않았다. 팀이 모래알같다고 여기저기 떠들고 다니면서 정작 구단에는 이러한 문제가 있다고 얘기하지도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훈련장에서 에르빈 쿠만 코치에게 "왜 그렇게 기분나쁘게 쳐다보느냐?" 라며 불손한 태도를 보였다. 이들의 불화를 해소시키기 위해 본인과 구단 수뇌부가 직접 해명을 들으러 간 자리에서도 언성을 높이며 무례하기 짝이 없었다. 이를 종합해 이틀동안 생각해본 결과 볼칸이 주장으로써의 책임감을 깨달아야 한다고 판단해 그에게도 징계를 내렸다.


<페네르바체의 내분을 주도한 터키인 코칭스태프 3명은 현재 신변의 위협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알리 코치 구단주가 FB TV를 통해 밝힌 내용들을 종합하자면 페네르바체 선수단 내부에서 기존 터키인 코칭스태프(위의 3명)들과 필립 코쿠 휘하 코칭스태프들간의 내분(內紛)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고, 코칭스태프들과 선수들간의 커뮤니케이션 또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뿐만 아니라 선수들은 하나로 통합되지 못 하고 각자 파벌을 만들어서 팀의 분열을 가속화시켰다. 주장 볼칸 데미렐은 사분오열(四分五裂)하는 선수단을 사실상 방치했고, 필립 코쿠 사단에 대한 반감을 유감없이 드러내기도 했다. 즉, 필립 코쿠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시점에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페네르바체는 언제나 분열된 상태였던 것이다. 특히 팀 전술을 외부로 무단 유출하고, 더비 도중 선수들 앞에서 돗자리를 깔고 필립 코쿠 감독을 대놓고 모욕한 것은 누가 봐도 용서할 수 없는 '대역죄(大逆罪)' 임에 틀림없다. 팀에서 쫓겨난 터키인 코칭스태프 3명은 이후 본인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자녀들 또한 학교에서 린치를 당하는 등 온갖 신변의 위협을 당하고 있다고 밝히며 알리 코치 구단주에게 용서를 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터키인 코칭스태프들로부터 사보타지를 당한 필립 코쿠 감독은 재임기간 내내 방황했다>

- 위 자료는 필립 코쿠 감독이 사용한 포메이션(6개, 리그 1위)과 기용한 선수들의 수(26명, 리그 2위), 그리고 베스트 11의 변화(8회, 리그 1위)를 나타낸다. 많은 축구 전문가들은 시즌 내내 '실험' 만 하는 필립 코쿠 감독에 대한 의구심을 표하며 그가 너무 터키 쉬페르 리그를 얕본 것이 아니냐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는데, 이는 사실 그가 터키인 코칭스태프 3명의 사보타지로 인해 얼마나 많은 고초를 겪었는지를 반증하는 자료였다.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선수들의 고충을 필립 코쿠 감독에게 아무도 알려주지 않으니 아무 것도 모르는 그가 폼이 떨어진 선수들만 붙잡고 골머리를 싸매고 있었던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야신 벤지아가 매 경기마다 거하게 삽질하며 팀을 말아먹고 있을 때, 마티유 발부에나(Mathieu Valbuena) 같은 선수들은 필립 코쿠 감독 재임기간 내내 벤치에 앉아있었다. 이후 마티유 발부에나는 서서히 기회를 받기 시작해 현재 페네르바체의 공격을 홀로 책임지며 외롭게 분투하고 있다.


<유효슈팅 득점율이 고작 6.1%에 불과할 정도로 최근 5시즌동안 최악의 지표를 보여주고 있다>

- 그 결과 페네르바체는 모든 지표에서 역대 최악이었다. 유효슈팅 득점율은 지난 시즌(20.3%)보다 무려 1/3 이상이 줄어든 6.1%에 불과했고, 이번 시즌 전반기 팀 득점(총 16골)은 현재 터키 쉬페르 리그 득점 1위 음바예 디아뉴(Mbaye Diagne)의 기록(20골)보다 더 적었다. 이슬람 슬리마니, 미하엘 프레이뿐만 아니라 로베르토 솔다도(Roberto Soldado)마저 부진에 빠지며 페네르바체는 지난 시즌 팀 득점 1위(78골) 기록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상대팀 골문 앞에서 한없이 작아졌다. 그렇게 페네르바체는 우승후보로 평가받던 초반과 달리 하루하루 힘겨운 싸움을 계속 이어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페네르바체 팬들은 안방에서 승격팀에게 참패하자 그동안 참았던 분노를 터뜨렸다>

- 2018년 10월 28일, 페네르바체의 윌케르 스타디움(Ülker Stadyum)에서 승격팀 앙카라규쥬(Ankaragücü)가 무려 3골을 터뜨리며 페네르바체를 무너뜨리자 경기장을 찾은 모든 페네르바체 팬들이 그동안 참아왔던 분노를 터뜨렸다. 그들은 앙카라규쥬 선수들이 볼을 잡을 때마다 환호성과 박수갈채를 보냈고, 페네르바체 선수들이 볼을 잡기만 하면 마치 상대팀 선수들인 것처럼 우레와 같은 야유소리를 보냈다. 경기장 사면에서 "필립 코쿠 물러가라!", "코몰리 물러가라!" 라는 구호가 끊이질 않았고, 아예 한 술 더 떠서 앙카라규쥬의 감독 이스마일 카르탈(İsmail Kartal)의 이름을 연호하며 그에게 환호하기까지 했다.




<미하엘 프레이의 만회골에도 야유를 퍼붓는 페네르바체 팬들>

- 페네르바체 팬들의 자기파괴는 미하엘 프레이가 만회골을 터뜨렸을때 절정에 달했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페네르바체 팬들은 경기장에 남아 필립 코쿠와 다미앙 코몰리의 경질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쳤고,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경기장에 앉아있는 팬들의 모습이 생방송으로 전파되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필립 코쿠 감독을 경질할 생각이 없다고 못박았던 알리 코치 구단주도 더 이상 그를 비호해줄 수 없었다.


<모든 책임을 지고 페네르바체 감독직에서 물러난 필립 코쿠 감독>

- 결국 앙카라규쥬와의 경기가 끝나자마자(30분 뒤) 페네르바체 구단은 필립 코쿠 감독을 경질시키고 에르빈 쿠만(Erwin Koeman)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에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페네르바체와 필립 코쿠 감독의 계약 해지는 그로부터 2달 뒤인 12월에 이뤄졌고, 필립 코쿠 감독은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페네르바체 팬들의 성원에 감사한다는 말을 남긴 채 짧았던 터키에서의 생활을 마무리했다. 페네르바체 팬들도 늦게나마 "잘못된 시기에 찾아온 올곧은 사람(Yanlış zamanda gelen doğru insan)" 이라는 말을 남기며 그에 대한 오해를 풀었다.


<4년만에 페네르바체로 돌아온 에르순 야날(Ersun Yanal) 감독>

- 에르빈 쿠만 감독대행 체제에서도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 하던 페네르바체는 결국 12월 14일 페네르바체 팬들이 그토록 원하고 또 원하던 에르순 야날(Ersun Yanal) 감독을 선임한다. 에르순 야날 감독은 2013-14 시즌 페네르바체 감독으로써 페네르바체에게 통산 19번째 리그 우승을 선사했던 명장이다. 2달 전만 하더라도 비전이 없어보여서 에르순 야날을 데려올 생각이 없다고 말하며 외국인 감독을 고집하던 알리 코치 구단주는 결국 국내 리그를 잘 아는 국내파 감독에 대한 필요성을 통감하며 자신의 뜻을 굽힌 것이다. 에르순 야날 감독은 취임사에서 다음 시즌 우승을 목표로 이번 시즌 팀의 경기력을 정상화시키겠다고 공언했다.




<페네르바체는 여성팬들이 유독 많기로 유명한 팀이다>

- '터키 축구를 한마디로 요약해보라' 는 질문에 나는 보통 '사람의 베식타스, 조직의 갈라타사라이, 결속의 페네르바체' 라는 말을 즐겨 사용한다. 이는 일본 3대 재벌들을 묘사하는 어구를 차용해 그대로 옮겨적은 것인데(물론 의미하는 바는 미묘하게 다르다), 세 팀을 가장 잘 묘사하는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페네르바체가 지금의 자리에까지 오를 수 있었던 비결은 남녀노소(男女老小), 그리고 지위의 고하(高下)를 막론하고 팀 구성원들이 하나가 되어 나아가는 결속력 때문이었다. 남자들 대신 경기장을 가득 채우며 남자 못지 않은 응원으로 축구는 남자들만의 소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전세계에 알린 페네르바체 여성팬들의 'Lady's Night' 이 대표적이다. 


<페네르바체가 화나면 갈라타사라이고 뭐고 베식타스고 뭐고 일단 다 존내 맞는거다>

- 그러한 결속력을 바탕으로 페네르바체는 갈라타사라이(389전 147승 120무 122패), 베식타스(348전 132승 91무 125패), 트라브존스포르(122전 48승 36무 38패)를 상대로 항상 강한 면모를 보이며 '더비의 강자'로 군림해왔다. 갈라타사라이는 페네르바체의 안방 카드쿄이에서 20년동안 승리해본 적이 없고, 베식타스도 카드쿄이에서의 마지막 승리가 2005년이었다. 또한 페네르바체는 리그 우승 19회, 준우승 22회라는 성적이 말해주듯이 '모범생' 처럼 항상 좋은 성적을 받아왔던 팀이다(갈라타사라이는 리그 우승 21회, 준우승 10회). 이 모든 것이 그들만의 결속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인데 이번 시즌 잇따른 내분으로 그 결속력을 잃어버리면서 추진력마저 잃어버린 것이다.




<그래도 희망을 노래하는 이들이 있기에 페네르바체가 있다>

- 종합하자면 페네르바체는 구단주 교체로 인한 홍역을 지금까지 앓고 있으며, 그로 인해 팀은 사분오열되어 오늘날의 몰락을 초래하고 말았다. 현실적으로 이번 시즌은 우승은 커녕 당장 강등권 탈출도 걱정해야 될 정도로 절망적인 상황이지만 그래도 많은 페네르바체 팬들이 아직도 경기장을 찾아 페네르바체 선수들에게 응원으로 힘을 불어넣고 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라는 말처럼 그 모든 어려움의 끝에 그들이 그토록 원해왔던 '해뜰날' 이 있을 것이다. 경기가 열리는 날마다 매일 울려퍼지는 그들의 응원가 구절처럼...


가슴 찢어지도록 슬퍼하고 (Kan ağladı bu yürekler)

밤마다 잠을 잊으며 지냈지 (Uykusuz geçti geceler)

고개를 떨구지마라, 신경쓰지마라 페네르바체여 (Başını öne eğme aldırma Fener)

조만간 해뜰날이 올 지어니 (Çok yakında güneşli günler)

그대에 대한 우리의 사랑이 (Sana olan bu sevdamız)

우리를 승리로 이끄리라 (Götürecek bizi zafere)

자 어서 그대도 우리와 함께 하시게 (Haydi sen de gel katıl bize)

우승의 찬가를 같이 부르세 (Şampiyonluk şarkısı söyle)


* Copyright by Cimbom1905, 무단전재 및 복사, 배포 금지 *


덧글

  • 개장사 2018/12/31 15:53 # 삭제 답글

    페네르몰락은 정말 시즌전상상도못했습니다..베식이도 작년만큼못해주고 페페도보내고 메델도보낼꺼같고..탈리스카공백.. 베식이 재정상황이안좋다하는데..갈라타도솔직히 기대훨씬이하고 이번시즌은 정말특이한시즌입니다..터키리그의 팀들재정이 많이안좋은거같아요
  • Cimbom1905 2018/12/31 22:29 #

    세 팀 다 이렇게 못 하는 시즌은 거의 40년만이니까요... 뭐 이것도 지나가고 보면 추억이 되겠죠...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